
수제 스킨케어 제품으로 유명한 영국 업체 '러쉬'가 국내에서 '가슴마사지 동영상'에 순위를 매겨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러쉬는 최근 소비자들이 직접 제작한 '사랑의 가슴마사지 UCC공모전'을 실시했다. 가슴을 탄력 있게 만드는 자사 신제품을 홍보하는 차원에서다.
이는 일부 온∙오프언론사의 기사형식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 사이에 알려졌다. '부부 또는 연인끼리 가슴으로 사랑을 느낄 수 있는……'등 업체 측이 제공한 것으로 추측되는 자극적인 설명도 그대로 실렸다. 여성의 상반신이 일부 노출된 '관련사진'도 눈에 띄었다.
문제는 당선작 선별기준이나 응모요건과 같은 구체적 사항이 전무하다는데 있다.
'최고 작품상'이나 '최다 클릭상' 등 4개 부문에 시상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주최 측과 관련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최다 클릭상의 경우 홈페이지로 유입된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품상 분야는 심사주체의 주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이미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저질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또 있다. 미성년자들의 비정상적 이벤트참여 개연성이 높다는 것.
타사 동종 제품들에 비해 이 회사의 제품들은 비교적 고가다. 세수비누의 경우 개당 1만원 안팎에 책정돼 있을 정도다. 제품에 현혹된 나머지 미성년자들도 무분별하게 이번 행사에 참석할 수 있어 '성상품화' 의혹이 예고된다.
흥미로운 대목은 정작 이 업체 홈페이지에는 이벤트 개최일인 11일 오후 4시 현재까지 아무런 안내문구가 없다는 점이다. 세간의 반발여론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진화에 나선 러쉬코리아 측의 해명은 오히려 불을 지른 모양새다.
러쉬코리아 관계자는 "가슴뿐만이 아닌 (우리 제품을 사용한) 다른 신체부위의 마사지 동영상도 출품이 가능하다"며 "이번 이벤트가 선정적인 면만 부각돼 언론에 보도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가슴만 전문적으로 마사지하는 크림 신제품을 홍보하는 차원의 이벤트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세한 (이벤트) 내용을 확인해 보겠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더 이상의 연락은 없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황당하다는 식의 반응이 적지 않다.
직장인 이모씨는 "자신의 얼굴까지 공개해 가면서 이런 이벤트에 참석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지 않겠느냐"며 "결국 상반신만 드러나게 돼 너도나도 노출수위를 올리는 쪽으로 눈꼴신 경쟁이 벌어져 '야동경연장'처럼 될 것"이라고 혀를 찼다.
대학생 정모씨는 "이런 이벤트를 기획한 업체 측 관계자가 제정신인지 의문"이라며 "안 그래도 성상품화 논란이 세간의 화제인데 이런 기류에 역행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