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역할극에 불과한 '미스터리 쇼핑'…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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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역할극에 불과한 '미스터리 쇼핑'…실효성 의문
  • 임이랑 기자 iyr625@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8월 06일 0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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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사태로 신뢰성 타격 입은 시중은행, '미스터리 쇼핑' 돌파구 될까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컨슈머타임스 임이랑 기자] 시중은행들이 사모펀드 사태를 겪으며 불완전판매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미스터리 쇼핑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시중은행들은 펀드 판매에 있어 상품에 대한 기본 내용, 투자 위험 등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안내가 없었기에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 가장 강력하게 미스터리 쇼핑의 칼을 뽑아든 것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파생결합증권 상품에 대한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해 659개 영업점 주 7개 영업점을 부진점으로 선정했다.

부진점으로 선정된 7개 영업점은 8월 한 달간 해당상품을 판매할 수 없고, 투자상품 판매 담당 직원들에 대해서는 화상 및 방문을 통해 투자상담 판매 프로세스를 정확히 준수하도록 교육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미스터리 쇼핑을 통해 3번 연속 지적을 받은 영업점은 펀드 판매를 5영업일간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이어 우리은행은 완전판매를 위해 이달 말까지 전 영업점을 점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평가가 부진한 영업점의 경우 직원교육 및 재방문 추가 점검 등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고령투자자 보호를 위해 고령투자자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전 영업점 대상 문서교육, 화상교육을 진행해 불완전판매를 뿌리 뽑겠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중에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할 계획이다.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영업점에는 재교육과 영업점 재방문 등의 조치를 취한다.

◇'미스터리 쇼핑' 과거에는 없었나?…실효성 있을까

금융시민단체 및 금융권에서는 현재 시중은행들이 실시하고 있는 '미스터리 쇼핑'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금융거래 대부분이 언택트(비대면)화 돼 있기 때문에 미스터리 쇼핑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4분기 인터넷뱅킹 이용 현황'에는 인터넷뱅킹 등록고객은 1억 3814만명이다. 이 중 모바일 및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은 68.6%로 무려 9477만명이다.

따라서 시중은행들이 언택트 거래를 늘리고 있고 금융소비자들 또한 이를 선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점을 기반으로 한 조사가 어느 정도 신뢰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

아울러 시중은행들은 지난 2016년부터 미스터리 쇼핑을 영업점 평가에서 제외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미스터리 쇼핑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자체적으로 영업점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미스터리 쇼핑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올해 사모펀드 사태가 잇달아 터졌다. 이에 시중은행들이 부랴부랴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하는 미스터리 쇼핑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영업점 창구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경우 미스터리 쇼퍼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도 필요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사내 메신저로 금융당국에서 나온 미스터리 쇼퍼의 특이사항을 공유해 이를 대처했다"며 "특히 수 많은 고객들을 경험해 본 영업점 직원의 경우 미스터리 쇼퍼가 자기 앞에 오는 순간 눈치를 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으로 펀드를 가입하겠다고 '제 발로 찾아오는 고객'은 드물다"며 "고객들에게 펀드가입을 권유하는 건 영업점 창구 직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들이 미스터리 쇼핑을 통해 불완전판매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며 "사모펀드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은행 자체적으로 펀드 판매를 안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장은 "기업들에게 키코 가입을 권유한 것은 은행 직원이었다"며 "문제는 펀드를 권유하는 영업점과 은행의 영업방식인데 가상의 고객을 내세운 미스터리 쇼핑은 은행에서 하는 역할극에 불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 위원장은 "상식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금융소비자들에게 '은행이란 나의 원금을 지키면서 재산을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러한 금융소비자들의 인식 위에서 영업을 하면 되는데 미스터리 쇼핑을 통해 자체 제재를 가하겠다는 건 시간이 지나면 또 사모펀드를 팔겠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사모펀드 판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은행들이 방카슈랑스 판매에 몰린다는 언론보도를 봤다"며 "은행은 은행 본연의 업무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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