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석의 컨슈워치] 코로나19에 버금가는 위험성을 지닌 '기획부동산'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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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석의 컨슈워치] 코로나19에 버금가는 위험성을 지닌 '기획부동산'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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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지가 1200원 임야 → 기획부동산 세탁 후 25만원으로 둔갑

[컨슈머타임스 이범석 기자] "여보세요? OOO 대표님 되시죠?", "그동안 잘 계셨나요?", "기가 막힌 물건이 나와 전화 드렸습니다"

기획부동산에서 매일 일상적으로 하는 전화다. 최근에는 기획부동산이 다양한 이름으로 포장한 채 지방으로까지 영업을 확장하고 있다. 

공경매 배우실 분, 내근직 주부사원 모집, 일 7만원 내근사원 모집, 월 180만원 부동산 배우실 분 등 구인 문구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 회사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시스템은 모두 비슷하다. 그리고 본사를 추적하면 전국에 산재돼 있는 수십 개의 영업점이 10개 이내의 회사로 압축된다. 

전국에 흩어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은 돈이다. 기획부동산은 직원들에 대해 상당히 후한 대접을 하는 듯 보인다. 입사와 함께 매일 출근만하면 당일 퇴근 전에 일비로 7~8만원을 지급한다.

여기에 아는 지인이라도 한 명 불러 계약을 하고 잔금이 완료되면 당일 바로 판매가의 10%를 전 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지급한다. 부동산의 경우 보통 고가인 점을 고려하면 10%는 상당한 금액이다. 예를 들어 평당 20만원하는 토지를 300평 팔았을 경우 6000만원이 판매대금이다. 영업사원은 600만원을 즉시 현금 수령한다.

기획부동산의 특징 중 하나는 거의 100% 토지만 취급하고 그것도 대부분이 임야다. 개발 호재가 있다고 들먹이며 현장 답사까지 시켜준다. 현장답사 이전까지는 매물에 대한 정확한 주소지나 소재에 대해 밝히지 않고 "해당 지역 부동산에 문의 등 정보를 흘릴 경우 땅값이 상승할 수 있어 못 가르쳐 준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현장답사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옛말에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이 있다. 바로 기획부동산 고위 간부들의 영업 전략이다. 길도 없고 나무만 무성한 야산에 데려갈 정도면 그만큼 준비가 돼있고 설득에 자신 있는 베테랑이 따라가기 마련이다.  

이들은 현장에 갈 때 많이 알려진 신문기사나 국토개발계획도를 챙긴다. 그리고는 해당 야산에서 가까이는 반경 5~600m, 멀게는 1km여 지점에 기차역이나 고속도로 IC, 산업단지, 재개발 등이 앞으로 생길 것이라고 언급한다.

그러나 이들의 말을 곰곰이 분석해보면 허점이 드러난다. 이들의 말대로 반경 5~600미터 밖에 개발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 직선거리로 5~600미터면 수원역 기준으로 롯데백화점 수원역점을 지나 서호초등학교나 평동주민지원센터, 수원세무서까지 거리다.

이들이 강조하는 지역을 보면 수원과 같은 대도시가 아닌 강원도 원주나 경기도 시흥, 충남 보령 등 중소도시의 임야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대도시, 특시 서울 등을 예로 들어 설명하며 미끼를 던지는 것이다. 또한 재력이 있을 법한 사람이 투기 성향을 보이면 처음 두세 차례는 땅을 되사서 팔아주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겨주다가 결국에는 큰 금액을 땅에 묵히게 하고 만다. 

문제는 2~30대 청년들이 취업처를 찾다가 고수익에 현혹돼 아까운 시간과 낭비를 소모하고, 퇴직한 이들은 자신의 퇴직금까지 넣어 본인이 땅을 사며 입사해 보지만 거기까지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할 기관의 단속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들을 처벌한 근거도 마땅치 않다. 일부 기획부동산은 형법 제347조에 의거해 사기죄가 성립될 경우 형사 처벌이 가능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도면 등을 활용해 정확히 거리까지 설명한 상태에서 구매를 결정했다면 현행법상 보편적인 부동산 거래로 분류돼 처벌이 안 된다.

반면 다단계적으로 기획부동산을 운영하며 개발 호재가 없음에도 마치 수년 내에 개발이 이뤄질 것처럼 거짓 홍보를 통해 토지를 매매했다면 사기죄가 성립되고 5억원 이상 거래됐을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처벌할 수 있다.

기획부동산의 특징인 토지와 야산, 원거리에 앞으로 만들어질 역사나 IC 등을 강조하며 매매를 권유한다면 한 번쯤 기획부동산일 수 있다는 의심을 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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