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단밤 아닌 '쓴밤'…흔들리는 이태원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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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단밤 아닌 '쓴밤'…흔들리는 이태원 상권
  • 장건주 기자 gun@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3월 28일 0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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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떠나고 코로나까지 상인들 '울상'…"재개발 등 배후수요 확보 시급"
지난 22일 찾은 극중 '단밤포차'가 처음 오픈한 이태원동 57 일대 거리는 주말 저녁임에도 한산했다.
지난 22일 찾은 극중 '단밤포차'가 처음 오픈한 이태원동 57 일대 거리는 주말 저녁임에도 한산했다.

[컨슈머타임스 장건주 기자]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인기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 상권이 재조명되면서 극 중 '단밤포차' 자리에는 인증사진을 찍는 20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발길도 침체일로인 이태원 상권을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해밀턴호텔 인근 대로변과 경리단길을 비롯한 이태원 핵심 상권의 공실률이 전국 주요상권 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과거의 영광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1시 이태원 경리단길. 이태원에서도 대표 명소로 꼽히던 이곳은 일요일 점심시간임에도 오가는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3년 전만 해도 SNS 등에서 인기가 뜨거웠던 한 미국식 바비큐 전문점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식당 관계자는 "가게 분위기도 미국 느낌이고 미국식 음식을 팔아서 예전엔 미군이 많이 찾았는데 지금은 미군 손님은 거의 없다"면서 "요즘엔 코로나19 때문에 한국 손님들도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이태원 중대형 상가(연면적 330㎡ 초과·3층 이상) 공실률은 26.4%로 서울 주요 상권 40곳 중 가장 높은 공실률을 기록했다. 서울의 평균 상가 공실률은 8.0%다.

이태원 상권은 가파른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2013년 3분기를 기점으로 상가 공실이 증가했다. 여기에 2018년 용산 미군 부대의 경기도 평택 이전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태원을 떠나는 세입자가 늘었다.

이태원 A공인 관계자는 "미군 부대 이전으로 외국인 인구가 많이 줄었고 대형 프랜차이즈가 많아지면서 이태원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많이 퇴색됐다"며 "1억∼2억원을 부르던 권리금은 반 토막 이상 쪼그라들었다"고 말했다.

이태원 무권리 상가 임대. 사진=상가정보연구소
이태원 무권리 상가 임대. 사진=상가정보연구소

극 중에서도 이태원을 '평균 권리금 2억 후반대'로 소개하는 대사가 있을 정도로 호황기를 누렸던 곳이지만 이제는 권리금이 없는 '무권리 상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역세권 알짜 입지에 있는 상가마저도 공실이 즐비할 정도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상권의 특색을 잃은 곳은 전망이 더 어둡다. 이태원 상권은 온라인 대체가 불가능한 클럽이나 바 등에 유동인구가 많이 찾는 곳이어서 온라인 대체가 가능한 곳들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지역 주민들은 미군 부대 이전 부지가 정부 계획대로 하루빨리 공원으로 탈바꿈해야 지역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미군기지를 생태·역사 공원으로 탈바꿈하는 '용산공원'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태원 B공인 관계자는 "이태원 상권이 살아나려면 한남뉴타운 같은 대형 재개발이 이뤄지거나 용산공원이 조성돼 미군이 빠져나가면서 잃은 배후수요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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