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현장형'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유행처럼 늘고 있다. 사무실 안 '지시형' CEO가 아닌 직접 발로 현장을 누비고 고객들과 소통하는 CEO로 탈바꿈 하고 있는 것이다.범위도 넓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는 것은 물론 고객들과의 '1:1소통'도 마다하지 않는다.
실무진 급의 주 업무인 경쟁업체 동향체크나 시장의 변화도 빼놓지 않는다. 채 가시지 않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그림자를 해쳐나갈 방안으로 '육탄전'을 선택한 셈이다.
◆ 이건희-정용진-구본준 등 '두각'
올해 4월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반도체 16라인 기공식이 처음 참석한 비즈니스 행사일 정도로 이 회장은 당시 현장 곳곳을 누비며 '복귀 세리머니'를 대신했다.
현장경영에 주력하며 경영 현안을 꼼꼼히 챙기겠다는 마음가짐을 대내외적으로 알린 행보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이 회장이 복귀한 이 후 회사에 활기가 돌고 있다"며 이 회장의 현장밀착형 경영을 통해 긍정적으로 변모된 회사 분위기를 전할 정도였다.
여기에 이 회장은 지난달 30일 "나이 많은 사람은 맞지 않다. 젊은 사람이 맞는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던져 재계를 주목시켰다. 추진력과 행동력이 보장된 젊은 리더쉽을 요구하는 발언으로 현장경영과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작업복맨'으로 손꼽힌다.
정 부회장은 자체부착상표(PL)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직접 만져보고 품질과 기능을 꼼꼼히 점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 부회장의 손을 거치지 않은 PL제품은 이마트에 없다'는 말이 유통업계에 돌고 있을 정도다.
트위터를 통해 소비자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것은 정 부회장 만의 특화된 방식의 현장 챙기기로 각인돼가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도 "이제는 진정한 고객가치 혁신 리더가 돼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현장경영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그는 국내외 터치폰의 트렌드를 직접 살펴 직원들에게 지시하는가 하면 미국 내 한국 기업 공장 기공식에 참가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감성'을 자극하는 CEO들의 현장지휘도 눈길이 쏠린다.
◆ 현장경영 통한 경쟁력 강화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4일 SK텔레콤의 사회공헌 포털 사이트인 'T투게더'를 통해 봉사활동과 기부에 참여한 12만5000여명의 고객에게 "몸소 사랑의 나눔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며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같은 날 지대섭 삼성화재 사장은 고객라운지인 '이우시랑'의 개점을 준비하면서 인테리어를 비롯해 세부사항들을 직접 지시하고 점검했다는 후문이다. 직원들과 함께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로 읽힌다.
이처럼 경영 트렌드가 개방적인 현장경영 방식으로 변화해 가는 것은 완전한 형태의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이후 업계 내 영향력을 선점하기 위한 강구책으로 풀이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CEO들이 눈높이를 낮춰 고객들에게 다가가거나 직접 발로 뛰며 현장경영을 실천함으로써 직원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비전을 공유하는 등 경쟁력을 고취시킬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CEO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장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에서 고객이나 직원들은 신뢰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러한 믿음을 바탕에 두고 현장 체험을 통해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챙긴다면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한 이 후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