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는 지난 3일 롯데손보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JKL파트너스를 선정했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 지분 58.5%를 약 430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롯데손보의 시가총액(13일 기준 약 33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롯데그룹과 JKL파트너스는 이번 주 내에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을 예정이다. SPA 체결 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치면 최종 매각은 7~8월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앞서 롯데손보가 직면한 자본확충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155.4%로 금융당국의 권고기준(150%)을 간신히 넘긴 상황이다. RBC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여기서 롯데손보의 강점으로 꼽히는 높은 퇴직연금 비중이 재무건전성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작년 6월부터 보험사들의 RBC비율 산정식에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신용위험과 시장위험을 반영하도록 했다. 적용비율은 35%로 시작해 오는 6월 70%, 2020년 6월에는 100%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지난해 말 롯데손보의 총자산(14조2850억원)에서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운용자산(6조7300억원)이 47%에 달한다. 다른 손해보험사들의 퇴직연금 자산이 총자산의 1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비중이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6월 35%를 적용받으면서 RBC비율이 20%가량 낮아졌다. 후순위채 발행으로 추가 하락은 막았지만 현 수준에서 오는 6월 70%를 적용받게 되면 당국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RBC비율이 150% 아래로 떨어지면 방카슈랑스, 대리점 등 각종 영업채널에서 판매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 롯데손보는 최소한 6월 전까지 추가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앞서 발행한 후순위채 일부의 자본인정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도 자본 확충 압박을 더하는 요인이다.
롯데손보는 2012년부터 2013년, 2016년, 지난해까지 총 5차례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 채권들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만기를 맞는다. 후순위채는 만기 5년 전부터 자본인정비율이 매년 20%씩 감소한다.
다만 올해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하는 방안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롯데손보의 장기신용등급을 하향 또는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롯데손보의 대주주가 JKL파트너스로 바뀌면 롯데 계열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비경상적 지원 가능성이 없어져 신용등급 하향 검토 의사를 밝혔다.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조달금리가 높아져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지난해까지 주가부양책을 펼치며 채권 발행 위주의 자본 확충을 진행해왔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유상증자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손보가 손해보험사 평균인 243%로 RBC비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3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오는 6월과 내년 6월 퇴직연금 신용·시장위험 증가분을 감안한 것으로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할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특성상 JKL파트너스도 수년 내에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롯데손보 매각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이미 높은 인수가격을 부담한데다 추가 자본 확충에 걸림돌이 많아 JKL파트너스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