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조규상 기자] KB금융그룹(회장 윤종규)이 해외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부진했던 해외사업을 끌어 올려 진정한 리딩뱅크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일부터 오는 6일까지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해외 투자설명회(IR)를 실시중이다. 취임 이후 약 4년 만에 첫 IR이다.
이번 IR에서 윤종규 회장은 KB금융의 디지털화 및 해외진출 등 경영 현안과 중장기 경영전략을 설명한다. 해외 투자자와 스킨십을 통해 해외 영토 확장의 본격적인 신호탄을 쏜 것이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은 각종 장벽에 가로 막혀 해외시장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대출 규제, 카드 수수료 인하 등 당국의 간섭과 금리인상, 증시불안 등 악재가 겹치며 국내시장은 수익 창출이 쉽지 않다.
그러나 KB금융은 해외에서 타 금융지주에 비해 맥을 못추며 일각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지적이 있었다.
KB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익 3조3400억원을 기록하며 신한금융(2조9200억원)을 따돌리고 왕좌에 올랐지만, 총순익에서 해외순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해외순익 비중이 13.7%를 차지했다.
결국 윤종규 회장의 IR은 KB금융이 해외에서 그간의 부진을 씻고 해외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KB금융 각 계열사도 올해 해외사업 확장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6일 인도네시아 소매금융 전문은행인 부코핀 은행(Bank Bukopin)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국민은행은 이번 달 26일 최종 지분율 확정시 최대 22%의 지분 취득 여부가 결정돼 부코핀 은행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부코핀 은행은 인도네시아 내 자산 기준 14위의 중형은행으로 전국적으로 총 322개의 지점망을 보유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4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코라오그룹' 관계사인 '인도차이나뱅크'와 공동으로 '토마토 특수은행(Tomato Specialized Bank)' 인수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번에 인수한 특수은행은 대표적 한상(韓商) 기업인 '코라오그룹'이 현지에서 생산할 자동차 등에 대한 할부금융을 전담해 캡티브 마켓(그룹사 내부시장) 확보가 가능하다. 캄보디아 금융회사의 여신 성장률이 연평균 30%를 웃돌아 수익성과 건전성이 양호할 것으로 기대된다.
KB증권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현지 IB(투자은행)와 중개수수료(브로커리지)에 강점을 가진 마리타임증권을 자회사로 인수, 올해 1월 KBSV(KB Securities Vietnam)로 탈바꿈시켰다. 마리타임증권은 2017년 기준 자산 330억원을 보유했고, 매출은 약 64조원을 냈다.
KB캐피탈은 지난달 22일 총 16개국에서 자동차, 건설, 기계, 외식사업을 영위하는 홍콩의 RMA그룹과 동남아시아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MOU를 통해 RMA그룹이 진출했거나 진출 예정인 동남아시아에서 두 그룹은 금융업무 제휴, 공동 투자 등 포괄적 업무 협력을 하게 된다.
1997년 인도네시아 보험사와 합작해 현지법인을 설립한 KB손해보험은 베트남에서도 잇달아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올해 현지 진출 가능성을 타진중이다.
KB금융그룹은 올해 △1억 4500만 달러(약 1600억원) 규모의 미국 가스파이프라인 건설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주선 △런던법인 지점 전환 등 해외시장에서 순익 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작년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 등으로 해외사업이 주춤한 면이 있지만 올해는 윤종규 회장 중심으로 그룹사 전체가 해외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이라며 "캄보디아법인, 홍콩법인 등은 성장세가 이어지고 미얀마법인도 흑자로 돌아서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