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박준응 기자] 한국지엠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12일 한국지엠(사장 카허 카젬)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오늘 오전 부평공장에서 열린 실무자 간 킥오프 미팅을 시작으로 한국지엠 실사에 착수했다.
실사 담당기관으로는 삼일회계법인이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회계법인은 그간 한국지엠의 적자가 지속된 원인으로 지목된 원가에 대한 이전가격, 인건비, 금융비용, 기술사용료 등을 철저히 검증할 예정이다. 실사 결과에 따라 신규 자금 투입 등 지원여부가 결정된다.
산은과 GM은 그동안 실사 범위와 기간, 방식과 자료제출 여부를 두고 긴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그러다 최근 방한한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적극적인 투자 의지와 함께 하루빨리 실사에 착수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하면서 실사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사가 시작됐지만 그간 이견을 보여온 쟁점에 대해 양측이 온전히 합의한 상황은 아니다. 이에 향후 실사 진행추이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국지엠은 같은 날 오후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대해 같은 날 인천시와 경상남도에 공식적으로 외국인투자지역 지정도 신청했다. 앞서 지난 7일 앵글 사장이 산업부 실무진에게 외투지역 신청 의사를 밝힌 이후 5일 만에 이뤄진 후속조치다.
다만 실제 신청접수는 13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접수된 서류에 미진한 부분이 있어 신청이 반려됐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미흡한 부분 보완해 13일 바로 지자채를 통해 다시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자체를 통해 신청서를 받으면 외국인투자위원회 심의를 진행해 지정여부를 결정한다.
외투지역으로 지정되면 한국지엠은 조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투자를 통해 사업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최초 5년 동안 법인세 등이 100% 감면된다. 이후 2년간은 50% 감면된다.
다만 현행법상 한국지엠이 외투지역으로 지정되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그간 GM이 구두 또는 서면을 통해 향후 투자계획으로 전달한 신차배정, 신규투자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이 추가적으로 전달돼야 한다.
앞서 앵글사장은 부평공장에는 스포츠유틸리티(SUV) 신차, 창원공장에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 신차를 각각 배정해 한국 사업장에서 연간 50만대를 생산하겠다고 언급했다. 정부 지원을 조건으로 기존 차입금 전액 출자전환, 신차 배정을 위한 신규투자에 나서겠다고도 공언했다.
다만, 노사 합의가 여전히 난항을 겪는 점은 GM과 한국지엠에 큰 부담으로 남아 있다. 향후 실사 결과가 우호적으로 나오고 외투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적자 행진 속에서도 4년간 임금·상여금 인상 행진을 이어온 강성노조가 구조조정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회생절차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이번 주중 노사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다.
앞서 사측은 지난 6일 임단협 4차 교섭에서 △임금 동결 △성과금·격려금 지급 불가 △복리후생비 축소 △정기승급 및 승진 유보 등의 인건비 절감 방안을 담은 교섭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이를 검토하는 한편 노조 측 요구안을 만들고 있다.
현재 회사의 존속 여부가 달려 있어 강경한 요구가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지만 강성노조인 점을 감안하면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또 군산공장 재가동과 희망퇴직 미신청자의 고용보장 문제도 사측의 고민거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실사 착수와 외투지역 신청이 이뤄지면서 앞으로 회생절차에 속도가 붙게 됐다"면서도 "현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조와 적정선에서 합의할 수 있느냐가 남아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현재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군산공장 재가동 요구에 대해서는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군산공장 재가동을 전제로 노조나 정치권 등에서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모두 현실성이 없는 안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군산공장 재가동보다는 신차배정을 통해 창원공장과 부평공장의 가동률을 100%까지 끌어올리는 게 현실적인 회생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산공장 근로자 중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인원에 대해서는 재배치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