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KT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실감형 미디어 기술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기존 보유한 네트워크 역량을 발전시키고 협력사례를 늘려 시장을 선도하고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21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2020년까지 국내 실감형 미디어 시장을 1조원 규모로 발전시키고 회사 미디어·콘텐츠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최근 선포했다.
VR은 특정 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로 구성해 실세계를 대체하는 기술이다. AR은 디지털 정보를 실제 환경에 덮어씌워 온·오프라인 세계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모두 미디어를 통해 디지털로 구현된 주변환경을 실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이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전 세계 실감형 미디어 시장이 2021년까지 연평균 84.4%의 고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KT에 따르면 국내 실감형 미디어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18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를 3년간 5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게 KT의 포부다.
KT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먼저 사내 연구개발 조직 융합기술원에서 실감형 미디어 관련 기술을 직접 개발해 서비스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년 12월 업그레이드한 어린이 콘텐츠 서비스 TV쏙2.0을 선보이면서 자체 개발한 '실시간 모션인식 AR' 기술과 '하이퍼VR 기술'을 적용하는 등 상용화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KT는 통신사업자로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를 유통하는 퍼블리싱에 강점을 갖고 있다. 장비, 콘텐츠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은 비교적 취약한 편이다. 이는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KT는 각 분야별 전문 기업과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서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지난 20일 공개한 VR 슈팅 게임 '스페셜포스 VR'은 국내 게임사 드래곤플라이의 원작 게임 지식재산권(IP)과 게임 개발역량이 보태진 작품이다. 앞서 지난 12월 출시한 TV쏙2.0에는 영유아 고객 대상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뽀로로' 개발사 아이코닉스를 포함한 국내외 키즈 콘텐츠 업체들과의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연내 출범을 목표로 VR 얼라이언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KT는 VR 얼라이언스에 단말 제조사와 콘텐츠 업체, IT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다. 50억원 규모 VR·AR 전용 펀드도 조성해 콘텐츠에 투자할 방침이다.
KT가 보유한 기존 미디어 사업 역량 또한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KT의 우수한 미디어 사업역량은 시장에서 이미 입증됐다.
KT의 IPTV와 KT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 가입자를 합한 시장 점유율은 30.5%(926만명)다.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가 13.3%(407만명), LG유플러스 10.4%(317만명) 수준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KT는 IPTV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TV쏙 상품에 AR 콘텐츠를 추가 제공하는데 성공함으로써 기존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실감형 미디어 사업영역 확대 가능성도 이미 확인했다.
KT 관계자는 "현재 미디어 사업을 운영 중인 계열사 스카이라이프, KTH 등과 협업하면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예정"이라며 "이를 통한 콘텐츠 플랫폼 기반 고도화를 기대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KT가 향후 실감형 미디어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KT의 인프라 측면에서의 강점이 분명한데다 콘텐츠 확보, 생태계 조성 등 현재 부족한 점들도 순조롭게 채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탁월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한다면 실감형 미디어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미흡한 콘텐츠·장비 솔루션을 외부 협력을 통해 보강할 수 있다면 제시한 목표도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