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롯데그룹이 7일 마감된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위한 본입찰 제안서를 접수하면서 두 대기업의 본선 게임이 시작됐다.
7조원에 이르는 현금보유액을 주 무기로 삼은 포스코와 대형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공한 경험이 있는 롯데그룹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양측 모두 3조5천억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인수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금액을 '베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인수전의 향방이 인수시 발전 가능성, 경영 능력과 투명도 등 자금 외 평가에서 갈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양사의 자금 동원력이 그 배경에 있다.
국내 M&A 시장에서 항상 우선순위로 꼽혔던 포스코는 피인수 후보군 가운데 대우인터내셔널에 일찌감치 공개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해외 판매망과 철강제품 판매경험, 자원 개발에 강점이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이 인수시 포스코와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크다는 판단에서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자원개발 사업과 해외 마케팅 조직을 탐내는 것은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다.
인수에 따른 롯데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와 상승효과뿐 아니라 최근 사업영역을 국외로 넓히는 데 주력을 두는 점을 고려하면 대우인터내셔널은 매력적이다.
롯데그룹은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발판으로 종합보험업에 진출,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도 있다.
포스코가 경쟁입찰 방식의 M&A를 처음 성사시킬 수 있을지는 이번 인수전에서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이다.
포스코는 다른 대기업에 비해 `총알'이 충분했음에도 정작 타사와 경쟁을 통한 M&A를 한 번도 성사시킨 적이 없기 때문이다.
M&A 경쟁입찰에서 포스코가 쓴맛을 봤던 가장 최근의 예는 2008년 말 대우조선해양 인수 경쟁이었다.
당시 GS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포스코는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였지만 본입찰 제안 마감일인 GS가 컨소시엄에서 이탈하는 돌발 변수가 생기면서 한화 컨소시엄에 밀렸다.
이후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등 M&A 매물이 나올 때마다 인수 후보로 오르내렸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의 후유증 탓에 매우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일각에선 M&A에 대한 전적인 결정권이 있는 `오너'가 지휘하는 다른 재벌그룹과 달리 전문경영인 체제인 포스코는 M&A의 결정적 대목에서 과감한 `베팅'을 하지 못해 경쟁입찰에서 약점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이번 인수경쟁은 전문경영인과 오너의 `배짱 싸움'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일단 자금 동원력에선 은행권의 투자를 받아야 하는 롯데보다 자체 조달이 가능한 포스코가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인 만큼 포스코 내부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포스코가 여러 회사가 탐내는 이번 대우인터내셔널 M&A를 성사하면 회사의 사업상 실익뿐 아니라 임기 중반에 접어든 정 회장의 경영 기반과 리더십이 공고해진다는 부수적 의미도 있어 어느 때보다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