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조립하는 시대…떠오르는 모듈러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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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조립하는 시대…떠오르는 모듈러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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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하고 경제적…기술 향상∙인식 개선은 넘어야 할 산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단독주택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다.

'고단열 이동식 목조주택 7000만원' '20평형 이동식 주택 6250만원' '40평형 이동식 주택 1억2000만원' 등 상품도 다양하다. 주문하면 운송부터 설치까지 며칠 만에 완료된다. 조립식 집, 일명 모듈러(modular) 주택이기에 가능하다.

모듈러 건축이 조명되고 있다. 모듈러 건축물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건물 부품을 부지에 운송해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식으로 짓는 건물을 말한다. 설계, 골조, 전기설비, 조명, 욕실 등 건물 공정의 70~80%가 정해진 규격대로 공장에서 실시∙제작돼 현장으로 운송되면 조합작업만 해주면 된다.

기존 철근콘크리트공법에 비해 건축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도시 곳곳의 자투리땅을 활용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공장에서 체계적인 품질관리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공정이 공장에서 이뤄지기에 현장 안전사고의 위험이 적은 편이다. 현장에서의 폐기물∙소음∙분진도 최소화한다.

건물을 통째로 옮길 수도 있다. 건물을 해체할 경우 투입 자재의 60~70%를 재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최첨단 기술인듯 보이지만 모듈러 공법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일본은 단독주택을 선호하기에 1950년대부터 모듈러 공법 연구를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고베 대지진 이후 품질을 인정받으며 급격히 확산, 최근엔 연간 신규주택 다섯 집 중 한 집이 모듈러 주택이다. 미국은 저층 단독주택 형태의 조립식 주택이 주택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국 브로드그룹은 2012년 후난성 창사 외곽지역에 모듈러 공법으로 30층 높이의 호텔을 15일 만에 지으면서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 한발 앞서 영국은 2009년 울버햄튼에 25층 높이의 모듈러형 기숙사를 건립했다. 유럽은 2차 대전 직후부터 도시재건 일환으로 모듈러 공법을 연구했다.

국내 최초 모듈러 건축물은 유창이 2003년 지은 신기초등학교다. 모듈러 공법은 초창기 주로 학교나 기숙사, 병영숙소 등으로 활용됐다. 2004년 서울 대조초등학교 증축 공사에도 모듈러 공법이 쓰였다. 모듈러 건물이 용도를 넓히기 시작한 건 2010년 들어서다.

유창은 방위사업청사, 커먼그라운드,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 한국항공대 기숙사 등 국내 모듈러 건축물을 시공했다.

포스코A&C는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2012년 호주 로이힐 광산에 근로자 거주 숙소 247동을 공급하고 러시아 메첼그룹에 근로자 숙소타운을 건설하는 등 해외 모듈러 시장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국내에서도 '뮤토' '꿈꾸는 다락방' 등 모듈형 기숙사와 공공주택을 선보였다.

샌드위치패널업계 1위 건자재업체인 에스와이패널은 지난해 에스와이하우징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모듈러 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에스와이하우징은 사업 8개월 만에 전국 60개 대리점을 구축하며 빠른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 모듈러 주택은 특히 공공부문 활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연구∙개발(R&D) 과제목록에 모듈러 주택 핵심 기술 개발을 포함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도시연구소 임석호 박사 연구팀은 국내 3대 모듈러 제조업체 등과 함께 협업해 올 초 모듈러공법의 공동주택 적용 방안을 찾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올해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6층짜리 모듈러형 공공임대주택(30가구)을 국내 최초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 건물은 국내 첫 5층 이상 모듈러 건축물이라는 의의를 갖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충남 천안에서 40가구 규모 모듈러 공공임대주택을 짓는다. 부산 용호지구(14가구), 인천 웅진지구(80가구)에도 모듈러 공공임대 주택이 공급된다.

우리 모듈러 기술 수준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현재까지 실시한 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기술로 지을 수 있는 모듈러 건물 최고 층수는 11층이다. 연구단이 12층 이상 모듈러 공법을 연구하고 있는 상태다.

공공 성격의 공동주택이 아닌 단독주택에도 모듈러 공법이 널리 사용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있다. 모듈러 주택이 고급 주택으로 인식되는 일본과 달리 국내에선 조립식 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백정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선 모듈러 주택을 질 안 좋은 주택으로 인식해 개별적 수요는 아직 많지 않다"며 "그러나 모듈러 건축물에도 일반 건축물과 동일한 허가 기준이 적용되므로 모듈러 공법으로 짓더라도 허가를 받으려면 정해진 품질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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