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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보해양조(회장 임효섭)가 서울·경기 등 수도권 시장을 사실상 버리고 '안방시장'인 전남∙광주지역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급선회,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세 경영인으로 주목 받는 임지선 전무가 광주에 머물며 영업총괄본부를 직접 챙기는 등 지역민들과의 스킨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수도권영업본부를 신설해 수도권 소비자 입맛 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역 소주업체 무학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국 소주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수도권에 소홀해지면서 '아홉시반'을 중심으로 한 '전국구 소주' 키우기에서 한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지역영업 강화, 수도권은 주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보해양조의 전남∙광주 지역 소주시장 점유율은 75% 수준으로 파악됐다. 1980년대만 해도 90%를 웃돌았지만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다 현재의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국 시장점유율은 5% 내외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보해양조는 '잎새주'로 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전남∙광주에서 최근 영업망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과 광주로 이원화됐던 영업조직을 광주로 통합했다. 영업총괄본부를 광주에 두고 수도권 시장까지 이곳에서 담당하도록 했다. 임지선 전무가 해당 조직을 직접 챙기고 있다. 임 전무의 사무실은 서울에 있지만 상당 시간 광주에 체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직속으로 '시장관리팀'을 두고 지역 식당 주인, 소비자들의 의견을 들으며 현장경영을 펼치고 있다.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언론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임 전무는 임성우 창해에탄올 회장의 딸이다. 임성우 회장은 보해 창업자인 고 임광행 회장의 차남이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4월 전국구 제품으로 키우기 위한 17.5도 소주 '아홉시반'을 출시했다. '아홉시반 주립대학' 캠페인으로 인지도 올리기에도 적극 나섰다. '술자리가 학교다'라는 모토로 진중권∙정재승 교수의 공개 강의도 진행하며 눈길을 끌었었다.
올해 들어서는 '아홉시반'과 관련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광주 지역에서의 '과거 명성' 되찾기에 공을 들이면서 수도권 시장 공략에는 다소 주춤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수도권에 영업본부를 신설하고 생산량 증대, 대대적인 판촉행사에 나선 경남지역 기반 소주업체 무학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무학은 기존 영남권에서의 수익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전국구 소주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 "전남∙광주서는 '잎새주, 전국적으로 '아홉시반' 키울 것"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립대학 등 이색 마케팅으로 수도권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면 여세를 몰아 영업 활동에 집중해 실제 소비로 연결시켜야 하는데 그렇지는 못한 것 같다"며 "무학 등 다른 향토 업체들과 같이 보해양조도 '지역소주' 바람을 일으키면 시너지 효과가 날 텐데 다시 지역 쪽으로 무게중심이 크게 쏠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해양조 입장에서는 전남∙광주에서 주로 팔리는 '잎새주'가 회사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당장의 수익을 고려할 때 지역 영업을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도권 시장을 잡아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지난해 '아홉시반' 인지도 쌓기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수도권에서 유통망 강화를 위해 영업사원들의 역할을 명확하게 세분화 할 것"이라며 "전남∙광주 지역에서는 '잎새주'를 중심으로 프로모션 활동을 하고 전국적으로는 '아홉시반'을 키우는 투트랙 전략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