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옥 |
[컨슈머타임스 여헌우 기자] 평일 오전 7시30분,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입구에서부터 경비가 삼엄하다. 외부 차량은 진입이 쉽지 않다. 5부제도 철저히 시행된다.
지상 8층, 지하 2층 규모 주차장에 들어서자 이내 고개가 끄덕여 진다. 지정된 주차 공간은 이미 빈 곳이 없다. 2층부터는 통로 구석구석 차량이 빼곡히 세워져 있다. 층간 연결로도 마찬가지. 삼엄하기에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는 그들만의 질서였다.
◆ 직원 5000명 주차장 700면 '곡예운전'
주차된 차 때문에 사이드미러를 접고 지나가는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된다. 사실상 '곡예운전'에 가깝다.
어렵게 8층까지 올라가면 더욱 황당한 광경이 펼쳐진다. 진입로가 막혀있다. 출근시간인 8시가 임박한 시각. 누군가 차량을 방치한 채 자리를 뜬 것이다.
주차관리 요원이 분주히 움직여보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후진해 좁은 공간을 다시 빠져 나가야 한다. 접촉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음은 물론이다.
양재동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은 5000여명. 외부 방문객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반면 주차 공간은 700면 수준.

주차장을 빠져 나와 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서면 1층 카페 앞 길게 늘어선 줄이 먼저 눈에 띈다. 대충 눈으로만 봐도 20~30명. 직원들은 익숙한 일상이라는 듯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거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
건물 형태는 단순하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21층으로 구성됐다. 1층 로비가 길게 이어져 양사 건물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 점심시간, 구내식당 앞 줄 사수 '달리기'
로비에는 회사의 대표 차량들이 진열돼 있다. 에쿠스, K9을 비롯해 쏘렌토, 그랜져 등이 눈길을 끈다. 차량을 소개하는 안내판 등은 없다. 단순히 내∙외관을 살필 수 있는 정도다.
건물 구조나 내부 인테리어에 이렇다 할 특징은 찾기 힘들다. 회사가 꿈꾸는 '아우토슈타트'와는 거리가 멀다.
오전 11시50분경. 어디론가 급히 뛰어가는 직원들이 눈에 띈다. 1~2명이 아니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지하 구내식당. 학교 급식소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구내식당은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만 운영된다.
식당도 주차장과 마찬가지로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특정 메뉴의 경우 기다리는 직원들의 줄이 입구까지 이어질 정도다. 배식구는 총 7개. 좌석은 6~7명이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이다.
음식을 받았지만 마땅히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이 여럿 포착된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엘리베이터 앞은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다. 긴 줄 끝자락에 서 있는 어느 직원은 기다림에 지친 듯 연신 하품을 한다.
◆ 양재 사옥 '포화상태'
현대차그룹이 10조5500억원을 투자해 한전 부지의 새 주인이 됐다.
현대차가 작년 지출한 연구개발비(1조8490억원)의 5.7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쏘나타 최고 트림 모델(2990만원)을 약 35만2843대 팔아야 벌 수 있는 액수다. 통합 신사옥 건설에 대한 그룹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회사는 축구장 12개를 합친 정도인 7만9342㎡ 부지에 통합 사옥인 글로벌 비즈니스센터와 자동차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호텔 등을 지을 계획이다.
'포화상태'인 양재 사옥을 떠나 삼성동 시대를 기다리는 직원들의 '신사옥 갈증'이 커지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갈 길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