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예술인 이안 "전통음악이 '문화력'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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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예술인 이안 "전통음악이 '문화력' 될 것"
  • 정지혜 객원기자 sugun11@hanmail.net
  • 기사출고 2014년 01월 06일 1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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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 방위 활약하는 종합예술인 이안

▲ 전 방위 활동 중인 이안

국악인이자 대중가수인 이안의 이력은 특이하다. 그녀는 국립국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악과 학사를 수료했다. 특기도 가야금과 장구다. 그러던 그녀가 '물고기자리'라는 노래로 대중가수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재는 강사, 문화 기획자, 방송인, 가수, 국악인으로서 전 방위로 활동 중이다. 다양한 활동 분야에서 자신만의 아우라를 구축 중인 이안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최근 어떻게 지냈나?
 
최근 나의 근황은 복잡하다. 가수로서 노래도 하고 강의, 문화 기획, 방송진행도 하고 있다.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하는데 주로 강의를 하며 지냈다. 강의 주제는 전통문화의 가치와 멋이다. 요즘 사람들은 '전통문화가 밥 먹여주나?' 라지만 나는 전통문화가 '문화력'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정보력', '기술력', '문화력'이 세상을 이끌 것이다. '정보력'과 '기술력'은 이미 앞서 나가고 있다. 핵심은 '문화력'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강의인데 듣는 사람의 반응은 모르겠지만 나는 굉장히 즐겁다.
 
- 이력이 독특하다. 국악을 전공하고 대중가요를 불렀다.
 
나의 음악을 들어보면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 같을 거다.(웃음) 국악은 중학교 때부터 했고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분야다. 국악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싶었는데 상대방이 낯설어하더라. 많이 외로웠고 당시엔 '왜 이 재미를 모르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내가 좋아하는 국악과 대중이 좋아하는 대중가요를 섞어보자는 것이었다. 
 
'물고기자리'가 대중가요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상 굿거리장단을 타고 부르는 노래다. 음악은 핵심 콘텐츠가 무엇에 치중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 안에 있는 콘텐츠의 중심이 국악을 바탕으로 하느냐, 대중가요를 바탕으로 하느냐의 차이다.
 
음악은 장르와 상관없이 다 통한다. 노래는 문화의 꽃이다. 꽃이라는 것은 겉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토양의 여러 자양분을 이끌어오고 햇볕과 비와 사랑을 받아서 피어나는 것이다. 꽃이 피고 지면 열매가 맺히듯 노래나 음악이 번영하면 결과물이 생긴다. 예로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국가브랜드 가치가 오르고 많은 관광객이 강남역에 찾아와 말춤을 췄다. 이런 것들이 '문화력'이다.
 
- 국악의 어떤 점이 좋은가.
 
콕 집어 말할 수 없다. 국악과 나는 그냥 느낌이 통한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나는 항상 그냥 좋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대상이 사람이라고 치자. 그 사람의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물었을 때, '성격이 좋다', '외모가 좋다' 이런 답변은 그 사람의 어떤 '이유' 때문에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라 생각한다. 정말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어야 한다.
 
- 많은 음악 중에서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면.
 
프랑스에 '파트리샤 카스'라는 '샹송' 가수가 있다. '샹송'은 프랑스의 전통 가요지만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는 자신의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 브랜드 가치가 크다. 한국에 사는 우리도 '샹송'을 알고 있듯 말이다. 이런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 존경하는 분이 있다면?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에서 장원을 받았던 소리꾼 '윤진철'이다. 그와 함께 MBC '우리가락 우리 문화'를 진행했다. '윤진철'은 소리도 워낙 좋은데다, 그림을 잘 그려 개인 전시도 많이 한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풍류인'이다. '풍류인'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조선시대 한량'이다. 한량이 되려면 예술가를 후원할 자산이 있어야 한다. 대성할 새싹을 알아보는 눈썰미도 필요하다. 벗도 많아야 하고 자신을 잘 가꿀 수도 있어야 한다. 소리꾼 '윤진철'은 타고난 풍류인이다. 국악 세계에 훌륭한 분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윤진철'은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 전 방위 활동 중인 이안

- 국악의 현재 위치는 어디쯤이라고 생각하는가?
 
국악은 1950년대까지만 해도 전성기였다. 전쟁 후에는 판도가 달라져 점차 그 위상이 떨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설 자리가 없었는데 최근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문화는 항상 인기를 끌 순 없다고 생각한다. 복고풍의 패션처럼 항상 돌고 돈다. 엄마의 롱치마가 지금은 촌스러워도 갖고 있다 보면 언젠가 예뻐 보인다. 이런 옷을 버리고 나면 아른아른 거릴 때가 있다.(웃음) 음악의 장르도 그 당시에는 외면되더라도 누군가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 더 풍성한 문화가 될 것이다.
 
- 국악이 더욱 대중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중학교 때부터 어떻게 해야 다양한 사람들이 국악을 좋아할 수 있을지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한 번은 악기를 들고 해외를 다닌 적이 있었다. 외국인의 반응도 체크하고 '어떤 공연이 괜찮은가', '이렇게 순서를 바꿀까?' 등 많은 고민을 했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대중에게 다가간다면 좋을 것 같다. 최근 광고에서 국악인 송소희가 출연해 주목받았다. 광고회사 측에서 국악을 콘셉트로 잡아 재밌게 인식을 전환해줬다는 것이 감사하다. 앞으로 대중들이 국악에 관심을 가지고 국악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 사회나 진행하는 것은 어떤가.
 
방송진행을 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원래 국립국악원 청소부가 되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다. 내가 감히 그 무대에 설 엄두는 안 나지만 멋진 소리를 공짜로 들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사회나 방송진행은 '국악도 재미있어', '국악에 이런 면이 있어'라는 것을 소개하고 싶어 하게 됐다. TV 프로그램에선 이미 대본이 짜여 있어 힘들지만 공연 무대에서는 마음껏 소개할 수 있어 좋다. 내가 정말 신나서 소개하면 관객도 흥을 느낀다. 그 현장감이 매력 있다.
 
- 국악인으로서의 앞으로의 행보는?
 
스스로 국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방송활동도 하고 강의도 한다. 다양하게 활동하는 건 직업에 경계를 두고 싶지 않아서다. 내가 언제까지 살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게 된다. 내가 앞으로 어느 것에 관심을 가져 어떤 새로운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계속 이런 자세로 살고 싶다. 언젠가 '샹송'이 좋아서, 어느 나라의 종교음악이 좋아서 훌쩍 떠나 그걸 배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항상 멈춰 있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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