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혜담카드'(KB국민카드), '마침내 오렌지'(에뛰드하우스),
소비자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쉽고도 인상 깊은 '네이밍'이 산업계 전반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영어 일색이던 제품명에 순 우리말이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는 것은 물론, 교육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각 대학들의 학과명도 진화하고 있다.
◆ "외래어 점철에 대한 반작용"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서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동시에 매출과도 직결되는 제품 네이밍, 즉 '이름짓기'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외래어∙외국어 작명이 일반화되는 데 따른 식상함이 순 우리말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은 외래어 일색으로 소비자들에게 난해한 금융용어의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각사에 지도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KB카드의 '혜담카드', 하나SK카드의 '여기저기착한카드'등이 등장, 순 우리말로만 이뤄진 금융상품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영어∙불어 작명만이 세련됐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패션∙뷰티업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에뛰드하우스는 영어∙숫자의 조합으로 색상을 구분했던 기존 립스틱 제품과 차별화를 둔 일명 '접속사 립스틱'을 출시해 화제가 됐다.
'만약 오렌지라면', '아직 오렌지', '당연히 오렌지' '마침내 오렌지' 등 미묘한 색상의 차이를 단어로 표현했다.
이니스프리는 '빛으로 싸인 남산타워', '안녕 병아리' 등 감성적인 이름의 네일 제품을 내놨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이런 현상에 대해 "영어, 제2 외국어, 알 수 없는 단어 등 외국어로 점철된 시장에서는 정제된 한글 이미지가 더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면서 "외래어 남용에 대한 심리적 반동으로 한글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일모직의 바이크리페어샵은 '불금', '멘붕'등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은어를 제품명에 붙이는 유쾌한 작명으로 SNS등에서 입소문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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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닉스 제습기 '뽀송'이나 블랙박스 '다본다'등은 제품의 특성을 순 우리말로 쉽고도 효과적으로 표현, 소비자들에게 올 한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블랙박스 기업 '다본다'는 제품명 중 '다본다'가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 3월 '현대오토콤'에서 '다본다'로 사명을 바꾸기도 했다.
◆ 잘 지은 우리말 브랜드, 회사 이미지 개선
잘 지은 이름 하나가 회사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셈이다.
브랜드메이저 원충렬 이사는 "개별시장마다 트렌드가 다르기는 하지만 이전에는 무조건 튀고 보자는 식의 '맹목적인 차별화'가 중시됐다면 최근에는 개연성이 중시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해당 이름을 들었을 때 상품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직접적인 매칭이 되는지 소비자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