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열풍 '장미칼'…광고는 '싹둑' 써보니 '무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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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열풍 '장미칼'…광고는 '싹둑' 써보니 '무뎌'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7월 02일 0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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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일반 주방칼보다 성능 떨어지기도…불만·피해 사례 속출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이번에는 낚이지(?)말아야지 하면서도 결국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게 홈쇼핑의 마력이다. 현란한 광고를 보고 있자면 당장 주문하지 않으면 금세 매진이 될 것처럼 불안하다.

함께 오는 사은품도 구미가 당긴다. '장미칼' 광고는 그 중에서도 단연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화제로 떠올랐다.

각종 음식재료는 물론 도마, 쇠파이프 등도 단칼에 잘라버리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주부들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만능칼'로 부각되는 듯 했다.

기자 역시 '서툰 목수가 연장 탓하듯' 주방집기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요리에서 멀어진 지 오래였다. 손질하기 어려운 냉동고기나 닭 뼈까지 척척 잘라내는 모습에 믿음이 가 제품구입을 마음먹었다.

◆ 장미칼로 장미칼 포장 못 벗겨

6월16일.

장미칼을 검색하니 '장미칼 정품', '장미칼 짝퉁'등의 단어가 연관검색어로 떴다. 진품을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나름의 조사를 한 끝에 '독일 하이드로마(HYDROMA GERMANY)' 제품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각종 블로그나 댓글 들을 살펴본 결과 하이드로마가 '원조격'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해피데이 다이아몬드 장미칼, 백년 장미칼, 로즈퀸 등 비슷한 제품도 많다. 물론 장미칼에 정품이 없다는 의견도 더러 있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을 피하라는 충고도 압도적이었다.

한 홈쇼핑을 통해 장미칼 4종 세트를 주문했다. 가격은 5만5620원. 식칼, 과일칼, 다용도칼, 그리고 서비스인 채칼로 이루어진 구성이었다. 배송은 이틀 만에 이뤄졌다.

6월18일.

퇴근 길에 택배를 수령했다. 독일 하이드로마를 내세운 제품이지만 포장에 적혀있는 건 'Made in Korea'다. 독일 하이드로마와 브랜드 계약을 맺고 '한남내셔널'에서 생산판매하고 있는 국산제품으로 확인됐다.

박스 테이프를 제거하고 칼을 꺼내 들자마자 난관에 봉착했다. 지나치게 튼튼한 개별포장 때문이었다. 칼날에 다칠 것을 우려해서인지 플라스틱(PVC) 재질로 단단하게 봉해져 있었다. 문구용 칼로 포장을 난도질 한 끝에 겨우 식칼을 꺼냈다.

자칫하다간 요리 도중 손을 자를 수도 있다는 우려와 달리 기대만큼 날카롭지 않았다. 오히려 칼날이 두껍고 칼끝은 다소 뭉툭했다. 무게도 묵직한 편이었다.

두 번째 칼 포장부터는 장미칼로 자르기로 했다. 쇠파이프도 자르는 절삭력을 광고를 통해 확인했기에 포장쯤은 수월하게 끊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였다. 우습게도 장미칼로는 장미칼 포장을 잘라 벗겨낼 수가 없었다.

   
 

몇 차례 칼질을 하다 결국 다시 문구용 칼과 가위로 난도질한 끝에야 껍질을 모두 제거할 수 있었다. 문구용 칼만큼 얇고 날카롭지 못한 게 이유인 듯 했다.

이번에는 냉장고에서 수박 껍질을 꺼냈다. 잘게 썰어 음식물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려고 장미칼 배송 날까지 기다렸더니 냉장고 귀퉁이에서 얼어있었다.

수박껍질에 칼끝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안내에 나와있는 대로 직각이 아니라 앞뒤로 썰어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집에서 사용하던 일반 칼끝을 찔러 넣었더니 더 수월하게 잘렸다. 냉동고기나 닭뼈 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자르는 광고에 의구심이 생겼다.

내친김에 냉동실에 얼어있던 떡국용 떡을 꺼냈다. 떡 표면에 흠집을 내기조차 어려웠다. 몇 번 앞뒤로 썰어본 다음 손으로 부러뜨려야 했다.

◆ 광고처럼 '싹둑' 잘리는 성능은 없었다

6월25일.

내친김에 장을 봤다. 부추, 돼지고기, 파인애플 등을 구입해 장미칼을 본격적으로 시험해 보기로 했다.

부추는 예상대로 손쉽게 잘렸지만 일반 주방 칼과 다른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었다. 파인애플의 경우 가장자리를 자르는 데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도마에 내려놓은 채 잘라도 여러 번 힘을 줘서 칼을 앞뒤로 움직여야 했다. 광고에서처럼 공중에 있는 파인애플을 한번에 두 동강 내기란 불가능했다. 칼을 사용하는 사람의 힘과 요령에 따라 차이가 커 보였다.

얼리지 않은 돼지고기도 썰어보았다. 역시 고기의 질겅질겅한 부분이 제대로 잘리지 않고 늘어졌다. 여러 차례 칼질을 해도 질긴 심 부위가 깨끗하게 절단되지 않고 고기가 너덜너덜해졌다.

쇠파이프 대신 빈 커피 캔을 잘라보았다. 캔이 일그러지면서 잘린다기 보다 조금씩 찢어졌다. 광고처럼 '싹둑' 잘리는 건 기대할 수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평생 칼을 갈 필요가 없는 '고탄소강'을 사용했다는데 캔을 한 번 자르고 나니 칼 표면에 자잘한 흠집이 생겼다. 새 제품을 못쓰게 될까 쇠파이프 절삭은 물론 칼로 칼을 자르는 등의 검증은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 캔을 자르고 난 후 칼에 흠집이 생긴 모습(우)

눈으로 확인을 한 후에야 주변 지인들의 질책이 귀에 들어왔다. "광고를 믿고 사다니 우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각종 후기도 눈에 들어왔다.

일반 칼과 차이가 없다거나 심지어 일반 칼보다 못하다는 평가도 더러 있었다. 장미문양이 광고와 달리 손쉽게 벗겨져 환불을 요구했다는 글도 있었다. 광고를 희화화한 패러디물도 쏟아져 나왔다.

◆ "불필요한 과장 통해 소비자 우롱"

한국소비자원에 확인한 결과 문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불만이 쇄도하는 건 물론 업체가 잠적해버려 환불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신용묵 선임조사위원은 "홈쇼핑을 통한 비대명거래에서 광고는 의사 결정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며 "장미칼은 품질과 성능이 대단히 우수한 것처럼 광고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예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과장의 정도가 심해 소비자들의 권리 보호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부연이다.

신 위원은 이어 "부엌에서 사용하기에 큰 하자가 없는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업자들이 광고를 통해 쇠도 자르고 칼갈이도 자르는 등 불필요한 과장을 통해 소비자를 우롱했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들 역시 비싸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우주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제품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품질 등을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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