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종합병원 "검사비 선결제 하라"…소비자 불만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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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종합병원 "검사비 선결제 하라"…소비자 불만 속출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5월 08일 0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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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검사-초음파 등 일부 사전송금 요구…병원 "예약하고 안 오면 피해"
   
▲ 병실 모습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대학병원을 포함한 국내 대형종합병원 상당수가 일부 검사항목에 대해 '선결제'를 강제 적용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 검사비 전액 입금해야 예약 잡을 수 있어?

직장인 A씨는 최근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여성질환과 관련해 재진료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말 첫 진료 당시 유방근처에 작은 혹 같은 것이 초음파에 찍혔던 것. 시간 경과에 따라 혹의 크기가 커지느냐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치의의 소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검사일을 예약하려 했으나 뜻밖의 말을 전해 들었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검사비용 전액을 미리 입금해야 재진료 예약이 가능하다는 병원 측의 안내였다.

이유를 묻는 A씨에게 병원 측은 "방침이 그렇다"고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8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대형종합병원들은 경우에 따른 검사비용 선불정책을 실행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언급한 A씨의 사례처럼 '예약' 환자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 예약을 하고 무단으로 오지 않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의사와 환자간의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줄여보겠다는 의도다.

이유는 또 있다. 환자의 체질과 병력에 맞는 검사물품을 병원이 사전에 외부에서 구비해야 하는데, 예약이 취소되면 이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병원의 몫이 된다.

삼성의료원 관계자는 "대기 명단이 워낙 길어 검사를 받지 못하고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예약을 잡으면 그 시간에 다른 사람을 진료할 수 없는데 무단으로 예약을 취소하면 결국 검사를 받지 못한 다른 환자가 피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여의도성모병원 관계자 역시 "당일에 와서 검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검사비를 미리 받지 않는다"며 "하지만 예약을 하는 경우에는 예약을 하고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선결제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 관계자는 "예약을 하고도 오지 않으면 개인에 맞춰 준비된 약품 등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며 "환자와 병원의 신뢰를 환자가 먼저 깬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환자가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익 추구가 아닌 다른 환자들을 배려하는 차원이라는 게 병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같은 행태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 "검사가 끝난 후 돈 받는 게 정당한 순서"

건강세상네트워크 관계자는 "환자를 직접 보고 어떤 상태인지 어떤 검사인지 충분한 설명을 거치고 검사가 끝난 다음 돈을 받는 게 정당한 순서"라며 "일종의 보증금처럼 미리 돈을 받는 건 불필요하며 강요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환자빼가기'를 막기 위한 병원 측의 전략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A라는 병원에 가기로 약속한 소비자가 이후 B라는 병원이 더 좋다는 소문을 듣게 되면 발길은 당연히 B병원 쪽으로 향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병원들이 일종의 '꼼수'를 쓰는 것과 다름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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