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건전성 위기…규제 개선 '시급'
컨슈머타임스=김성수 기자 |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금리하락 기조까지 겹치며 자본 건전성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진다.
국내 보험산업이 포화 상태에 진입한 가운데 보험사들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소비자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험사 전체 킥스는 전 분기말 대비 11.6%포인트(p) 내린 206.7%로 집계됐다.
생명보험사 킥스는 전 분기 대비 8.3%p 내린 203.4%, 손해보험사는 16.0%p 내린 211.0%로 나타났다.
킥스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쓰인다.
업계에서는 보험사들의 킥스 하락 이유로 기준금리 하락 등을 꼽고 있다. 통상 시장금리가 하락할 때 보험사들의 보험 부채가 증가해 건전성 저하로 이어진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자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킥스 권고치를 기존 150%에서 130%로 인하했으나 100%에 턱걸이하는 보험사들도 존재해 중소형 보험사들의 건전성 우려는 여전하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 이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IFRS17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험계약마진(CSM) 관리가 중요하다.
대형 보험사들은 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보장성보험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급변하는 소비자 수요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자본도 충분하다. 하지만 중소형 보험사들은 변화하는 소비자 수요에 맞춘 새로운 상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소비자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보험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현행 법률에 규정된 자산운용 비율 규제를 하위법령으로 이관해 규제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국내 보험시장은 전통적인 사업모형만으로는 시장 포화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IFRS17 도입 이후 보장성보험 중심 사업모형으로 집중이 심화해 연금·저축성 보험 축소로 보험업권 연금 시장 내 점유율 하락과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고 초고령화 시대에 맞춘 노후 소득 보장에 대한 수요를 효과적으로 충족하고 소비자 맞춤형 사업모형 확장성을 강화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보험사 투자 활동 유연성·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현행 법령은 보험사 자산운용에 있어 안정성·유동성·수익성·공익성 확보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자산운용 원칙에 근거해 특정 자산운용 방식 등이 일정한 비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비율 한도를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저금리 환경 고착화와 보험 부채 시가평가 제도 도입 등에 대응해 보험사 자산운용 자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과도한 위험 투자와 관련된 항목을 중심으로 일부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운용 비율 규제는 기존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보험사의 자산운용 자율성과 전략적 대응 능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주요국은 보험사 자산운용 환경 변화와 국제적 규제 동향을 반영해 보험사 자산운용 비율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보험사 자산운용에 대한 규제를 기존의 사전적·정량적 통제 중심에서 사후적·위험관리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규제의 유연성이 높아지면 보험사들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소비자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규제 유연화에 상은하는 시장 감시 기능 강화를 위해 보험사 투자 공시체계를 회계처리 중심에서 위험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