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프리랜서 847만 시대…'국민연금 사각지대' 비임금근로자
보사연 분석 "소득 불안정·과도한 보험료 부담·제도 불신으로 가입 회피" "유연한 납부체계·보험료 지원확대·사용자 책임강화·지급보장 명문화 필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고용계약 없이 일하는 '1인 비임금근로자'가 847만명(2022년 기준)을 넘어섰다.
이들이 우리 노동시장의 핵심 축으로 빠르게 부상했지만,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국민연금 제도의 거대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인 비임금근로자의 국민연금 가입 제고를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들의 가입 실태와 문제점을 심도 있게 다뤘다.
24일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근로자 대부분은 소득 불안정과 과도한 보험료 부담에 제도에 대한 깊은 불신이 겹치면서 국민연금 납부를 회피하는 이른바 '가입 회피 균형' 상태에 빠져 있었다.
특히 많은 이들이 국민연금을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오인해 제도적 허점과 개인의 오해가 맞물려 노후 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더욱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질적 심층 면접조사(FGI, 노사단체 관계자 4명·유형별 1인 비임금근로자 29명·특고 및 프리랜서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주 3명 등 총 36명)를 통해 이들이 국민연금 가입을 꺼리는 복합적인 원인을 분석했다.
가장 큰 장벽은 불안정한 소득과 함께 보험료 전액을 혼자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문제였다.
회사와 보험료를 절반씩 내는 사업장가입자와 달리 이들은 소득이 불규칙한 상황에서도 매달 고정된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해 그 압박이 훨씬 크다.
여기에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제도에 대한 깊은 불신이 더해진다.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접하는 재정 불안정성 논란은 이들에게 '어차피 받지 못할 연금'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또한 4대 사회보험 징수공단인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에 비해 지역가입자의 연금보험료 납부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거나 관리하지 않는 소극적 행정도 '안 내도 괜찮다'는 인식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사업장가입자로의 전환'에 대해서는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1인 비임금근로자들은 보험료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지만, 플랫폼 기업이나 사업주가 늘어난 부담을 수수료 인하나 일감 축소 등 다른 방식으로 전가할 것을 우려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이들이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므로 사회보험료를 분담할 책임이 없으며, 특히 영세 사업주에게는 과도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고서는 이 거대한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구체적으로 ▲ 소득이 불규칙한 1인 비임금근로자의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보험료 부과·납부 체계 마련 ▲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정부의 보험료 지원 확대 ▲ 플랫폼 기업 등 실질적 사용자의 사회보험 책임을 법적으로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제언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보고서는 국가가 국민연금의 지급을 보장한다는 점을 명문화하고, 기금 운용 현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내 돈은 떼이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모든 정책의 전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