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의 폐해 '닭장배열'…대한항공, 이코노미 좌석 개편에 여론 '싸늘'

2025-06-23     강나연 기자
인천국제공항에서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이래서 독과점이 무섭다더니, 여유로운 간격 때문에 대형항공사를 이용하는 건데 이럴 거면 저가항공을 타죠"

대한항공이 장거리 노선의 이코노미 좌석을 '3-4-3' 형태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국내 유일 대형항공사(FSC)로 재편된 이후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독과점의 폐해'라는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 요금 부과나 마일리지 혜택 축소 등 그동안 소비자 반발을 불러온 사례까지 더해지며 대한항공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점차 흔들리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공급석 확대를 위한 이 같은 '밀집형 좌석' 전략이 소비자 편익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과 인수 계획을 공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비자 서비스의 불리한 변경 금지'를 명시하며 지난해 12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주요 조건은 △2019년 기준보다 연간 공급 좌석 수 90% 유지 △마일리지 통합 및 보호 △물가 상승분 이상의 요금 인상 금지 등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장거리 노선의 주력 기종인 'B777-300ER' 항공기 11대의 이코노미 좌석을 기존 '3-3-3' 배열(가로 9석)에서 3-4-3 배열(가로 10석)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방안을 적용할 경우 항공기 1대당 최대 37석까지 좌석 수를 늘릴 수 있지만 좌우 간격은 약 2.6㎝씩 줄어든다. 공급석은 늘지만 승객 1인당 공간이 좁아져 장거리 비행 시 편의성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이 같은 좌석 배치 변경은 공정위가 부과한 좌석 수 유지 조건을 직접 위반하지는 않지만 승객이 체감하는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대한항공은 "신규 좌석 개조는 현재 다각도로 효용성을 검토 중이며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며 "고객 편의 증대와 서비스 향상을 위해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도입이나 전체 좌석 개편을 종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그동안 소비자 반발을 샀던 조치들을 반복적으로 추진했다가 여론과 규제기관의 우려로 계획을 철회해온 전력이 있다. 

지난 2023년에는 미국·유럽·오세아니아 등 장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사용량을 크게 늘리는 개편안을 내놓아 혜택 축소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듬해인 2024년에는 국내 항공편을 대상으로 공간이 넓은 엑스트라 레그룸 좌석(비상구)과 전방 선호 좌석에 추가 요금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대한항공의 움직임에 업계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좌석 개조는 승객 1인당 공간을 줄여 장시간 비행의 편의성과 안전성까지 해칠 수 있는 조치"라며 "장거리 노선 특성상 좌석 불편은 직접적인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