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1호점 넘어 지역상생 상징으로...'교촌1991로'를 걷다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1991년 3월, 경상북도 구미시 송정동의 10평 남짓한 작은 매장. 그곳에 '교촌통닭'이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K-푸드를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교촌치킨'(이하 교촌)의 첫 시작점이었다. 교촌은 브랜드 출범 34년만에 초심을 되새기고자 구미로 다시 돌아왔다.
◆초심 찾아 창업 첫발 내딛은 '구미'로 돌아오다
교촌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최근 창업 1호점을 '초심의 공간'으로 복원하고 매장 일대를 '교촌1991로'라는 이름의 문화거리로 조성해 관광자원으로 활용, 브랜드와 지역의 동반성장 의지를 드러냈다.
교촌은 지난 19일 구미 교촌치킨 송정점 매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촌 1호점 리뉴얼 및 교촌1991로 거리 조성' 프로젝트 배경과 진행과정,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강창동 교촌에프앤비 커뮤니케이션 부문장은 "브랜드 출발을 알리는 구미 1호점은 교촌그룹의 정신적 고향 같은 곳"이라며 "교촌 역사에서 의미 있는 1호점 공간을 모두와 공유하고자 기념관처럼 리뉴얼했다"고 말했다.
◆ 1년6개월, 18억 투자한 장기 프로젝트의 결실
이번 프로젝트는 교촌과 구미시의 민관 협력을 통해 약 1년 6개월간 추진해왔다. 단순한 공간 리뉴얼이 아니라 브랜드의 시작과 철학을 공간에 담아내기 위해 프로젝트 비용만 약 18억원(교촌 13억원·구미시 5억원)이 투입됐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임영환 교촌에프앤비 전략스토어팀 팀장은 "첫 창업 당시 마인드를 되새겨 보자는 내부 성찰과 함께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1호점 리뉴얼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마침 산업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구미시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를 고심하고 있었던 부분과 맞아떨어져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촌 문화거리는 '진심이 길이 되다'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송정동로 일대 약 450m 구간을 6개 구역 10개 스팟으로 나눠 각각 교촌의 창업 스토리와 철학을 담은 조형물과 포토존, 스토리월, 벤치, 어트랙션 등을 배치했다.
각 구역은 △교촌구미 웰컴존(동아백화점·종합터미널) △교촌치맥공원 △교촌 역사문화로드 △교촌구미로드 △교촌 1호점 △소스로드 등으로 구성됐다.
◆핵심은 구미 1호점…특화 메뉴로 차별화
거리의 중심은 리뉴얼된 교촌 1호점이다. 4개의 점포를 터서 만든 옛 매장은 10여년 전 인테리어 콘셉트를 기준으로 복원됐다. 지역 일대 주민들의 기억 속에 친숙했던 교촌을 고스란히 되살리는데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이 매장은 메뉴 구성도 전국의 여느 매장과 다르게 차별화했다. 교촌의 시그니처 소스 3가지(간장·레드·허니)와 구미산 양파튀김을 함께 제공하는 '교촌구미플래터'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얇게 핀 닭가슴살과 쌀 알갱이를 함께 튀긴 '치룽지'와 외부에서도 직접 소스를 발라 먹을 수 있는 '시그니처 소스팩' 등 3가지 특화 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교촌구미플래터를 주문하면 항아리 모양의 소스 단지 3개와 3개의 붓이 함께 제공된다. 팔레트 모양의 접시 위에 3가지 소스를 적당량 덜어내고, 제공된 붓을 이용해 직접 치킨에 발라먹는 방식이다. '붓으로 직접 소스를 바르는' 교촌의 브랜드 철학과 조리 방식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이 메뉴는 구미 1호점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화 메뉴인 만큼 방문객들의 선호도가 높은데다, 직접 '소스 바르기' 체험을 할 수 있어 반응도 좋다. 매장에서는 붓 관리에도 신경쓰고 있다. 사용하고 난 붓은 하나하나 손수 세척하고, 건조기를 이용해 말린 후 다시 제공된다.
임 팀장은 "치킨 특화 메뉴를 비롯해 구미 멜론을 활용한 칵테일, 막걸리 등 다양한 음료 메뉴도 만나볼 수 있다"며 "교촌 1호점에서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들을 지속 제공해 오랫동안 구미의 명소로 나아갈 수 있게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나는 교촌&구미 상생 스토리
교촌 역사문화로드는 교촌의 초심과 이야기를 담아낸 체험형 거리다. 매장을 나와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쭉 걸어서 구경할 수 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배달 당시 실제 사용했던 '프라이드 배달차'를 50% 사이즈로 축소해 구현한 모형이다. 창업주 권원강 회장이 고객들에게 최상의 제품을 전달하기 위해 한 여름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배달하던 진심과 정성이 나타나있다.
과거 홍보 수단이었던 114 전화번호를 활용한 체험 콘텐츠도 마련했다. 거리에 마련된 공중전화 수화기를 들고 114를 누르면 당시 광고 멘트를 들을 수 있다. 소스를 붓으로 바르던 방식을 형상화한 소스바르기 어트랙션과 벽화, 권 회장의 어록과 함께 교촌 스토리를 담은 멀티패널 아카이브도 방문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지역 내 방치돼 있던 녹지 공간을 주민 쉼터로 재조성한 치맥공원에는 수목 및 조약돌 벤치 등을 넉넉하게 설치했으며 교촌 로고와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 캐릭터, 초승달 조형물을 배치해 다양한 포토존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교촌구미로드는 △교촌과 구미 BI △교촌과 구미의 상징 아이템을 활용한 픽토그램 △교촌과 구미가 추구하는 가치를 표현한 키워드 아트월 등으로 조성했다.
소스로드에서는 △'달걀'을 모티브로 한 버스 정류장 △꿀이 흐르는 형상을 표현한 벤치 조형물 △허니디퍼 형태의 자전거 거치대 △교촌 붓을 형상화한 벤치·버스정류장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웰컴존에는 도시 관광 안내도를 새로 설치하고, 거리 시작점과 종점에 조형물을 세워 '교촌1991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 고령층 주민을 위한 수목 벤치, 보행 안전 인프라 등도 함께 정비해 지역 재생 요소를 병행한 점도 특징이다.
◆공간 넘어 지역 관광 자원으로…상생 확대 예정
이 프로젝트는 단순 공간 조성을 넘어 지역 관광 연계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현재 교촌은 구미시 산업관광 프로그램과 연계해 1호점 체험 코스를 운영 중이다. 관광객들은 교촌 문화거리 투어 후 1호점 매장에서 식사까지 경험하게 된다.
임 팀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교촌의 초심을 되새기는 동시에,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한 결과"라며 "브랜드와 도시가 함께 성장하는 구심점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지역 행사 후원과 더불어 청년 상생 후원 프로젝트, 구미시와 함께하는 지역 공헌 플랫폼도 협의하고 발굴해 지역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브랜드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