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연속 금리동결에 한은도 다음 달 인하 숨고르기 가능성
경기부양 급하지만…집값·부채·역대최대 한미 금리차 등 부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3·5월에 이어 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은행도 다음 달 통화 완화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2.75%→2.50%)로 미국(4.25∼4.50%)과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진 상태에서 한은만 연속 인하에 나설 경우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르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서울 집값이 뛰고 가계대출도 급증하는 만큼, 동결로 한 차례 쉬어가며 금융시장 안정 상황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연준 "관세효과 매우 불확실"…내년 이후 금리인하 속도 더 더딜듯
연준은 17∼18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유지했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지난해 9월(-0.50%p), 11월(-0.25%p), 12월(-0.25%p) 잇달아 낮아진 뒤 올해 1월 29일 인하 행렬이 멈췄고, 3월 19일과 5월 7일, 이날까지 네 차례 연속 동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이 줄기차게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데도 연준이 올해 들어 6개월 넘게 금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은, 관세 인상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과 경기 하강(고용 불안) 가능성을 동시에 걱정하기 때문이다.
◇ 역대최대 2%p 금리차에 환율 위험…서울집값·가계대출도 불안
이번 연준의 동결로 한국·미국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2.00%p에서 줄어들지 않았다.
앞서 12일 이창용 총재는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따라 내외 금리차가 더 커질 수 있고 무역 협상 결과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커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1년 넘게 0%대 또는 역(-)성장이 이어지는 심각한 경기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일단 5월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추가 인하는 미국의 통화 완화 속도 등을 봐가며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아울러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지난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고,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