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실패하면 청산…홈플러스, '마지막 찬스' 올인

2025-06-18     안솔지 기자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승부수를 던졌다. 대주주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보유 지분 2조5000억원을 전량 무상소각하겠다고 선언했다. 홈플러스는 '인가 전 M&A(인수합병)'를 통해 새 인수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삼일회계법인 조사보고서에서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더 높게 나옴에 따라 지난 13일 회생법원에 '인가 전 M&A'를 신청했다. 조사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는 3조7000억원, 계속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이처럼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을 경우 회생계획안을 제출해도 법원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인가 전 M&A는 홈플러스가 회생을 시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가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GS그룹, 네이버, 한화그룹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GS그룹은 과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에 관심을 보인 바 있으며, 네이버는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 수단으로 대형마트 자산에 주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 측은 "현재 인가 전 M&A 신청만 하고 법원 승인이 나오지 않아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거나 공식 협상에 들어간 기업은 없다"면서 "법원 승인이 떨어지는대로 최대한 새 인수자 찾기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앞서도 여러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히 성사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추진됐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SSM) 매각은 시장 반응 부족으로 무산됐다. 유통시장 전반의 침체,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강화 기조 등도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홈플러스 몸값이 낮아져 인수 문턱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매각은 MBK가 보유한 2조5000억원 상당의 지분을 전량 무상소각하고, 인수자가 새로 신주를 발행받는 구조로 진행된다. 기존 지분 프리미엄이 사라진 만큼, 부채와 점포 구조조정을 감안해 실질적으로 1조원 이하에서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여전히 매각 실패 가능성도 있다. 이번 M&A에 실패할 경우 홈플러스는 통매각이 아닌 분할 매각이나 단계적 청산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일부 수도권 알짜 매장 위주로 자산 매각이 이뤄지고, 나머지 점포는 사실상 정리 수순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은 과거와 달리 자산으로서의 활용 가치가 낮다"며 "점포 수가 많다고 해서 매력적인 매물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통매각이 어렵다면 수도권 중심으로 부분 매각을 시도하고, 나머지는 흐지부지 정리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노조 측에서도 이번 인가 전 M&A 추진을 두고 "계획된 철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는 "MBK는 회생이 아닌 투자금 회수에만 초점을 맞춘 구조를 만들어놓고 떠나려 한다"며 "점포 쪼개기 매각, 사업부 분할 등으로 홈플러스가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일부 조합원은 삭발과 단식 투쟁에 나서며 국회와 정부 차원의 개입도 촉구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는 처음부터 홈플러스의 살릴 의지가 없었고, 지금까지 행보만 봐도 '책임 있는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MBK 경영진이 공식적으로 어떤 입장을 밝히지도 않고 있는 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인수전은 홈플러스와 MBK 모두에게 마지막 찬스"라며 "M&A에 실패하면 곧바로 파산이라는 절박함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