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실패' 직격탄···제약·바이오 기업 줄줄이 경영 위기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시험 실패 여파로 경영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사업 철수와 청산에 나서거나 인력 구조조정과 관리종목 지정 등 경영 불안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신약 개발을 추진해 온 오스티오뉴로젠은 오는 25일 임시 주주총회(주총)를 열어 회사 해산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오스티오뉴로젠은 임시 주총 소집 통지서에서 2020년 특발성 폐 섬유화 치료제 ONG41008의 임상 1상 승인을 목표로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유치하고, 코스닥 상장사 출신 개발 인력을 영입해 연구를 추진해 왔으나 개발 지연과 예산 부족 등으로 난항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합성 공정 개발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성이 악화했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올해 3월까지 확보한 최신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외부 전문가들과 기술평가 및 사업 방안 논의했지만 결국 상업적 개발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사회와 기관투자자들과 협의 끝에 자본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청산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제약업계 전문 기술 중계기관의 한국지사장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를 만나 기술평가 및 사업 추진 방안을 수개월에 걸쳐 논의했으나 안타깝게도 상업적 개발 추진이 어려움을 확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사회 및 기관투자자 주주들과 논의한바 주주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사를 해산·청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의견이 모아졌음을 말씀드린다"고 입장을 전했다.
해산안이 가결될 경우 김익환 오스티오뉴로젠 대표가 청산인으로 선임되며, 김 대표와 감사, 대부분의 등기이사는 임시 주총 직후 사임할 예정이다. 해산안이 부결되면 등기이사 후임자를 새로 선출해야 한다.
또 다른 신약 개발 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도 임상 실패 등 여파로 구조조정에 나섰다.
작년 말 36명이던 인력은 최근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지난달 29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신속히 실행하고 있다"며 "인력 운영 효율화 역시 이러한 방안의 일환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4월 14일 장 마감 후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의 임상 2상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날 8960원이던 브릿지바이오 주가는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뒤 이달 16일 기준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680원까지 떨어졌다.
브릿지바이오는 2개 사업연도 연속으로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면서 지난 3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내년 3월 말까지 법차손 요건을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다.
오름테라퓨틱스도 지난 4월 28일 유방암 치료제 후보물질 'ORM-5029'의 미국 임상 1상 중단 소식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당시 주가는 약 30% 하락한 1만7850원을 기록했고 최근까지 1만7000~1만80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이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기업에 투자할 경우 각별한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상시험의 특성상 장기간 개발이 진행되는 만큼 법차손 규제 완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성공과 실패는 신의 영역에 가깝다는 얘기도 있는 만큼 투자할 경우 파산 가능성도 각오해야 한다"며 "임상 기업을 상장할 때도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지만 상장된 종목의 폐지 역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