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수입차 관세 인상 압박…한국 車업계 불안

2025-06-13     강나연 기자
도널드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 관세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불안감이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새 정부의 대미 관세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황에서 한국 자동차 업계를 사정권에 두는 이러한 관세 인상 압박은 한국 통상 당국의 협상 스탠스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법안 서명식에서 "우리 자동차 노동자들을 더 보호하기 위해 모든 외국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며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그 관세를 올릴 수 있다"고 발언했다고 13일 외신들은 보도했다.

지난 4월 3일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부과한 25%의 품목별 관세를 더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는 만큼 현실화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대체적 해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갑자기 인상한 전력이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압박은 이미 부과된 관세로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은 한국 자동차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으로, 지난해 미국 자동차 수출 규모는 347억4천400만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4월 미국의 관세 부과 후 대미 자동차 수출은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작년 동기 대비 무려 32.0% 급감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기아 등이 현지 재고 소진으로 미국 내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관세가 추가로 인상될 경우 수출은 아예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직 현지 생산 캐파가 미국 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과 이에 따른 가격 경쟁력 하락은 한국 수출용 차량에 큰 타격을 가할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85%에 이르고, 트랙스 등 가성비 차량으로 미국에서 승부하고 있는 한국GM은 모그룹인 GM의 미국 현지 투자 증가와 맞물려 철수설이 더욱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의도대로 추가 대미 투자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유일이자 글로벌 3위 완성차그룹인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 3월 2028년까지 자동차 생산(86억달러), 부품·물류·철강(61억달러), 미래 산업·에너지(63억달러) 등 총 210억달러(31조원)를 미국에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현지 생산을 늘려 완성차 관세가 부과되는 물량 자체를 줄이면서 제철소 건립 등 수직 계열화를 통해 원자재 관세 여파도 피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러한 계획 현실화에는 오랜 시간이 걸려 관세 추가 인상 시 현대차그룹의 피해도 막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 들어 본격적인 대미 관세 협상을 시작하는 한국 통상 당국에도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 예고는 부담이다.

기존에 준비해 온 협상 전략과 대응 논리가 자칫 어긋날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통상 당국은 현재 철강·자동차 등에 부과된 25%의 품목 관세와 다음 달로 예고된 25%의 상호관세를 면제받거나 최대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협상 전략을 짜고 있다.

자동차·철강 등 품목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수출품에는 현재 10%의 보편관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미국이 관세 부과 유예기간으로 정한 다음 달 8일 이후에는 이에 15%가 더해져 모든 대미 수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물어야 한다.

당장 25% 품목 관세의 영향으로 대미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의 5월 수출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급감하는 등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발 빠르게 통상 사령탑에 '베테랑 협상가'인 여한구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임명하는 등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날 취임한 여 신임 본부장은 국내 정치 사정으로 주요국보다 늦어진 미국과의 관세 협의에 최대한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히고,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범부처 차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여 본부장은 전날 기자들을 만나 "현재는 불확실성이 뉴노멀"이라며 "많은 나라들이 우리보다 두세배 더 많은 협상을 한 상태고, 우리는 뒤늦게 시작해야 하는 단계기 때문에 따라잡기 위해 바짝 협상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조기 방미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미국 장관과 만나서 본격적으로 협상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