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기부채납 갈등'…서울 아파트,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최근 재건축 조합과 지방자치단체 간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 관련 갈등이 이어지면서 리모델링이 정비사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부채납이 없는데다, 공기가 짧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을 시작으로 서울시내 다수 단지들이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바꾸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지어진 아파트 단지의 경우 용적률이 높아 사업성이 떨어지는 탓에 재건축이 어려운 곳이 많다. 게다가 최근 지자체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 등으로 갈등이 이어지며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재건축 단지들도 많다.
반면, 리모델링의 경우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사비가 적고 공사 기간이 짧은데다, 토지기부채납이나 임대주택 배치 의무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 외에도 재건축이나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부 규제도 적다는 특성 때문에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정비사업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수극동·우성 2, 3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조합은 총회를 통해 포스코이앤씨를 최종 시공사로 선정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지하 2층~지상 20층 26개 동, 3485가구였던 이 단지는 수평·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지하 6층~지상 27층 26개 동, 3987가구로 탈바꿈한다. 이 단지는 사업비 규모만 2조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현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이 단지의 경우 용적률이 252%인데다 언덕 중턱에 위치하고 있는 지리적 요인 때문에 낮은 사업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재건축이 진행될 경우 사실상 일대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았고, 이 경우 조합 측의 분담금 규모가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조합 측은 리모델링으로 선회했고, 증축이 가능해지면서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곳 외에도 서울시내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용산구 동부이촌동에서도 리모델링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동부이촌동 아파트 단지들의 경우 대부분 용적률이 300%가 넘는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사실상 받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재건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공기여와 임대주택 등 기부채납 분이 발생하는 것도 조합의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이 일대 역시 리모델링으로 정비사업의 가닥을 잡고 본격적인 추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촌 현대맨숀을 리모델링 중인 '이촌 르엘'은 일대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사업장으로 평가받는다.
이곳은 동작대교 북단에 자리 잡은 한강변 입지로 이미 높은 프리미엄이 예고된 곳이다. 하반기 분양 예정으로 교통과 교육, 자연환경을 모두 갖춘 지역으로 평가받는 동부이촌동에서 모처럼 공급되는 신규단지로 많은 수요자들의 시선이 쏠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촌 르엘 외에도 한가람아파트, 이촌 코오롱, 이촌 강촌 등도 각각 리모델링을 위한 시공사를 선정하고 서울시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단계다.
이 밖에도 현재 재건축 추진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양천구 목동과 송파구 잠실 일대에서도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목동 우성1차는 최근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으며, 송파구 '가락 쌍용1차 아파트' 역시 쌍용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서울시의 리모델링 사전자문을 통과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높아지는 공사비로 인한 재건축 분담금 증가, 지자체와의 기부채납 관련 분쟁 증가 등으로 인해 리모델링으로 정비사업 방향을 선회하는 단지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사실상 없는 수준"이라며 "오히려 공사비는 가파르게 오르고, 지자체의 기부채납 요구액이 높아지면서 조합의 입장에선 정비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용적률이 높은 단지일수록 재건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줄어드는 구조"라며 "결국 정비사업도 속도전인 만큼 빠른 사업이 가능하고 법적 규제가 적은 리모델링 카드를 고심하는 재건축 대상 단지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