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오렌지' 품절 장기화…임신부 진단 공백 우려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임신성 당뇨 진단에 사용되는 전문의약품 '글루오렌지'가 잇단 공급 차질로 품절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체 의약품이 없는 상황에서 재공급까지는 수개월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맥널티제약은 지난 4월 11과 5월 21일 '글루오렌지100액'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를 통해 공급부족 의약품으로 등록했다.
글루오렌지는 포도당 내성을 측정해 당뇨병 및 관련 질환을 진단하는 전문의약품으로, 임신부에게 포도당 100g을 투여해 임신성 당뇨 여부를 확인할 때 사용한다.
맥널티제약은 지난 3월 5일 마지막으로 해당 제품을 공급한 뒤 같은 달 31일 공급 부족을 보고했다. 원인은 기존 원료 공급처인 삼양사의 공급 중단으로, 대체 제조원 변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4월 중순 일시적으로 공급이 재개됐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물량이 바닥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추가 원료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이번엔 제품 용기 공급에 문제가 생겨 생산이 중단됐다는 입장이다.
맥널티제약 관계자는 "약품의 원료는 구했지만 이번엔 제품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 업체 이슈로, 용기를 교체하게 되면서 두 번째로 공급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현재 글루오렌지 50g 제품만 일부 생산 중이며 75g과 100g 제품의 공급은 전면 중단 상태다.
문제는 글루오렌지를 대체할 제품이 없어 의료계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다. 병원 재고까지 소진되면 임신성 당뇨 검사를 아예 시행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맥널티제약 측은 당초 식약처에 7월 중 공급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했으나 안전성 시험 일정이 늦어지면서 실제 출고는 10월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급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낮은 약가'를 지적하고 있다.
글루오렌지는 2013년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는 환자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나 경제성이 낮아 생산이 중단될 우려가 있는 의약품에 대해 정부가 일정 부분 원가를 보전하며 안정 공급을 유도하는 제도다.
다만 맥널티제약 측은 현재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약을 생산 중이라고 토로했다.
회사 관계자는 "약가는 낮은데 제품 원가는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고, 비슷한 제품을 팔던 다른 회사는 손을 뗀 지 오래라 당사 제품으로 수요가 몰려 품절이 가속화된 것"이라며 "원료 이슈까지 터지면서 악순환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정성 시험 일정을 더 앞당길 수 있는지 식약처와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보고된 시점보다 더 빨리 공급될 수 있도록 업체에 필요한 지원 사항 등을 논의하고 협의 중"이라며 "의료계에서 관측하는 낮은 약가를 조정하는 문제는 보건복지부 소관이라 기업, 복지부, 식약처가 함께 논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