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믹스 실효성 논란 제기…업계 "상황에 맞는 기부채납 도입 필요"

2025-05-30     김동현 기자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최근 서울 강남권 한 재건축 단지에서 '소셜믹스'와 관련된 벌금이 부과돼 화제를 모았다. 앞서 정부가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 단지 내에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섞어 배치하는 소셜믹스를 의무화한 가운데 이를 거부한 최초 사례가 된 것이다.

그동안 소셜믹스를 두고 이어진 정부와 재건축 조합 간의 갈등이 결국 폭발한 셈이다. 업계에선 소셜믹스를 고수하기 보다 단지별 상황에 맞는 기부채납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소셜믹스는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동일한 동·호수에 배치함으로써 사회적 통합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의 추첨 등 청약 일정도 동일하게 진행함으로써 위화감 조성도 예방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셜믹스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됨과 동시에 재건축 조합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여의도 공작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는 임대주택의 한강 조망권 배치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이뤄지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러한 배치가 분양 수익을 감소시키고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반발 때문에 정부가 원하는 원활한 주택공급도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다.

통상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셜믹스가 적용되면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그러나 문제는 조합 측의 기부채납 규모와 지자체가 원하는 부분의 괴리감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차이를 좁히기 위한 조율 과정이 장기화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제때 정비사업이 이뤄지지 못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소셜믹스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단지도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남구 대치동 소재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최근 분양 과정에서 일반분양과 임대주택의 동·호수 추첨을 별도로 진행했다. 정부의 소셜믹스 취지에 맞지 않는 임대와 일반분양을 분리하는 행위인 셈이다. 서울시는 이를 수용하되, 조합에 20억원의 현금 기부채납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셜믹스의 철학을 지키되, 조합과의 윈윈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는 임대주택을 모든 동에 균등 배치하는 원칙은 유지하되, 조합의 반발로 인해 한강 인접 동에 임대주택을 넣지 못할 경우에는 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거나 추가 기부채납을 허용하는 등 유연한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의 사례가 향후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단지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만한 새로운 선례라는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하는 소셜믹스를 수용하기 위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며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의 경우 아예 임대주택 공급을 포기하고 현금 기부채납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향후 다른 단지들도 이런 방법을 채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총 282가구로 구성됐는데 이 중 37가구가 임대주택으로 계획했지만 소셜믹스를 회피했고, 이 과정에서 불이익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단지의 허용 용적률은 기존 184.33%에서 183.85%로 소폭 줄어들면서 소셜믹스 회피를 하면서도 용적률 인센티브를 사실상 그대로 받았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업계는 소셜믹스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소셜믹스를 통해 주어지는 주요 혜택 중 하나가 용적률 상향을 통한 사업성 개선인데, 정작 소셜믹스는 포기하고도 이런 혜택은 전혀 회수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이런 선례를 참고해 행동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로 소셜믹스의 실효성에 대해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소셜믹스 위반시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하거나, 그게 불가능하다면 소셜믹스 의무 대신 개별 단지의 상황에 맞는 기부채납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또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소셜믹스 의무화가 가져오는 효과가 사실상 미미한 것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이를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면서 "오히려 소셜믹스가 갈등을 조장하고, 주택공급을 뒤로 늦추는 역효과만 가져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소셜믹스를 계속해서 고수하겠다고 하면 위반 시 용적률 회수 등을 명확하게 명시하고 강력한 제재를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면서 "소셜믹스를 의무화 하는 대신 단지의 상황과 여건에 맞는 현금 혹은 시설 등을 통한 기부채납을 채택하는 것도 원활한 주택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