눔, '소용량 위고비' 판매 돌입…노보 노디스크 "불법 행위" 반발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한국계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이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소용량 조제약을 판매하면서 원개발사인 노보 노디스크와의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29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눔은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 성분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위고비)를 개인 맞춤형으로 소분해 조제한 뒤 지난 21일부터 정식 판매에 돌입했다.
눔이 판매하는 제품은 노보 노디스크의 정품 대비 가격이 절반 이하다. 예를 들어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2.5mg 바이알은 349달러(약 48만원)에 판매되지만 눔은 동일 용량을 149달러(약 20만원)에 판매 중이다.
이 같은 조제는 최근 발표된 세마글루타이드 저용량 연구 결과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유럽비만학회(EASO)에서 약 27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절반 용량의 세마글루타이드만으로도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눔의 소용량 조제 판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컴파운딩' 규정에 따라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시적인 약물 공급 부족 시 조제 약국이 의약품을 직접 혼합·조제해 대체 약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FDA는 지난해 세마글루타이드를 공급 부족 목록에 등재했지만 지난 2월 21일 해당 목록에서 제외하며 컴파운딩 약물 판매 중단을 예고한 바 있다. 60~90일간의 판매 중단 유예기간은 지난 22일 종료된 상태다.
이에 대해 눔 측은 "FDA가 공급 부족 목록에서 제외했지만 FDA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에 문제 되지 않는다"며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에 대해서도 판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노보 노디스크는 강하게 반발했다. 회사 대변인은 "FDA가 경고한 바와 같이 조제 업체는 복용량과 성분에 대해 조작되고 불필요하며, 구실이 없는 모조품 세마글루타이드 약물을 판매함으로써 연방 조제법을 회피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노보 노디스크는 힘즈앤허스 헬스, 로(Ro) 등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환자에게 위고비를 직접 공급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