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 美 관세 여파에 올해 경제성장률 1.0%로 하향 조정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0%로 크게 낮췄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여파로 수출 부진이 심해지고 여기에 투자, 내수 등 삼중고가 이어지면서 1% 내외 수준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0.8%로 낮춘 데 이어 산업연구원도 전망치를 대폭 내리면서 한국은행이 오는 29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전망치를 얼마나 낮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산업연구원은 27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이 상반기 0.5%, 하반기 1.4%를 기록해 연간으로는 1.0%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말 올해 경제 성장률을 2.1%로 예상한 바 있다.
당시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공약한 보편적 관세(10∼20%)가 실제로 부과되는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8.4∼14.0% 줄어들면서 이 여파로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도 약 0.1∼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 경제는 미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에 따른 교역 둔화 등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하는 데다 신정부 출범과 추경 효과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년 대비 1% 내외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수출은 6706억달러에 그치면서 작년보다 1.9%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당초 올해 수출이 전년보다 2.2% 증가한 7002억달러로, 사상 처음 700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날 수출 전망을 감소로 수정했다.
다만 수입도 작년보다 2.1% 감소하면서 올해 무역수지는 524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반도체 및 정보기술(IT) 등 제품의 증가에도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의 가격 하락, 주요국들의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약세, 전년도 호실적에 따른 역기저 효과 등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미중 무역분쟁의 파급 효과와 무역·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 금융시장 변동성 강화 여부 등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13대 주요 산업별로는 한국의 최고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올해 인공지능(AI) 산업 발전 등에 힘입어 수출이 5.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바이오헬스(11.0%), 조선(10.2%), 정보통신기기(5.4%) 등 총 4개 산업의 수출 증가가 점쳐졌다.
수출 효자로 꼽히는 자동차(-8.0%)를 비롯해 정유(-19.3%), 일반기계(-7.2%), 석유화학(-5.3%), 가전(-4.1%), 섬유(-3.3%), 이차전지(-3.2%), 디스플레이(-2.7%), 철강(-2.1%) 등 9개 산업 수출은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의 자동차 고관세 부과와 중국 업체 글로벌 판매 전략 강화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조선의 경우 고가의 수출용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인도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설비투자는 작년보다 1.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건설투자는 4.7% 감소하면서 전후방 연관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원은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구조 분석을 통해 2023년 기준 대미 부가가치 수출에서 경유국 비중은 멕시코(25.5%), 중국(20.5%), 베트남(19.7%) 등 순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타깃이 이들 국가와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한국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한국의 대미 수출에서 2021·2022년 중간재가, 2023·2024년 소비재 수출이 무역수지 확대에 각각 기여했으며 미국이 중국 견제에 나서며 2014년 400억달러에도 못 미쳤던 한국의 대미 그린필드 투자가 2024년 누적 130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짚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물가 등으로 운영에 필요한 제품의 59%(2023년 기준)를 국내(한국)에서 조달했으나, 최근 현지 매입 비중을 늘리며 미국 산업과 연계가 더욱 강화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미중 무역분쟁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 지속 등에 따라 감소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역별로는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한 대미 수출 부진이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