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 규제에 전기차 판매 28%↑…테슬라 부진 속 중국 PHEV 부상

2025-05-23     강나연 기자
유럽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올해 들어 시작된 탄소 규제 영향으로 유럽연합(EU) 내 전기차 판매량이 캐즘(Chasm·일시적 수요둔화)을 뚫고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때 유럽 전기차 시장을 주도했던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 행보에 대한 반감 여파로 부진한 반면 BYD(비야디) 등 중국 업체들은 상계관세가 부과된 전기차 대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시장을 공략하며 유럽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3일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포스 통계를 인용한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1∼4월 EU 내 전기차 판매량은 75만932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EU 자동차 판매량이 0.3% 감소한 447만737대의 보합세를 보인 것을 고려하면 높은 판매량 증가다.

이는 지난해까지 유럽 전기차 시장을 이끌었던 테슬라가 올해 들어 부진을 거듭하는 상황이라 더욱 주목된다.

올해 1∼4월 EU 내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은 6만2천313대로 38.7% 급감했다.

특히 작년 EU 베스트셀링 전기차였던 테슬라 모델Y는 같은 기간 3만5219대가 판매되며 48.4% 감소했다.

이러한 전기차 판매 증가는 EU가 올해부터 부과한 탄소 규제로부터 비롯된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올해부터 신규 승용차의 CO₂배출 가능 상한선을 2021년 대비 약 15% 낮춘 ㎞당 93.6g으로 정하고, 기준 초과 시에는 g당 95유로씩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었다.

집행위는 업체들의 반발이 커지자 지난달 2025∼2027년엔 신차의 CO₂배출 감축량 목표 달성 여부를 연간 단위가 아닌 3년 평균치로 계산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채택하며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다만 이러한 완화에도 소비자들은 전기차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기차와 더불어 EU 내 PHEV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1∼4월 EU 내 PHEV 판매량은 36만661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늘었다.

PHEV 판매 증가에는 상계관세로 전기차 수출이 막힌 비야디(BYD) 등 중국업체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EU 집행위는 중국 당국의 '불공정한' 보조금을 받은 값싼 중국산 전기차가 유럽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기존 10% 일반관세에 더해 7.8∼35.3% 포인트의 추가 상계관세 부과 결정을 내렸다.

이에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 관세율이 최소 17.8%에서 최고 45.3%로 올랐다.

BYD, 지리, 상하이자동차(SAIC) 등 중국업체들은 올해부터 이러한 상계관세를 피할 수 있는 PHEV 출시에 집중했고, 이는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BYD의 '실 유'(SEAL U)는 지난달 6083대가 팔리며 PHEV 차량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1∼4월 누적 판매량은 1만6268대로 3위다.

오토모티브뉴스는 "전기차와 중국 브랜드가 유럽 자동차 신차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