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두 달 연속 생산 확대…업계 "구조적 문제 여전"

중소형 SUV 수요에 대응 등 美 시장 흐름 반영된 결정 전문가 "국내 점유율·수출 다변화·하이브리드 전략 필요"

2025-05-22     강나연 기자
미국으로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라는 이중 변수 속에서 철수설까지 돌았던 한국GM이 두 달 연속 생산을 확대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증산은 미국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수요에 대응해 추가 배정한 것으로, 제너럴 모터스(GM)의 글로벌 생산 전략과 미국 시장 흐름이 반영된 결정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단기 실적 방어엔 긍정적인 신호지만 수출 편중 구조와 관세 리스크 등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에 따르면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 뷰익 앙코르 GX, 엔비스타 등 SUV 차량 신차 1만여 대를 부평공장에 추가 배정하기로 했다. 

한국GM은 지난달에도 신차 2만1000대 증산 물량을 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부평공장 생산물량은 기존 20만8000대에서 24만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미국에서 소비자 반응이 좋아 추가 물량이 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의 증산은 미국 내 자동차 수요 구조가 변화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보조금 축소 등의 이유로 전기차 수요가 정체되고 있고, 내연기관 SUV는 가격 경쟁력과 실용성을 바탕으로 견고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UV는 전기차에 비해 가격 방어력이 높고 전기차는 보조금 축소와 충전 인프라 한계로 인해 정체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SUV는 가격대가 낮고 마진율이 높은 모델이 많다. 여기에 전기차 라인 대비 가격 인상과 관세 방어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25% 품목관세가 지난 4월부터 본격화 됐지만 GM은 트레일블레이저와 앙코르 GX 등의 모델로 손익을 보완하고 있다. 특히 관세는 '통관 시점'에서 비용이 처리된다. 수출 즉시 회계에 반영되더라도 일부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 있어 GM의 손익 방어 전략과 맞물려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부평공장은 GM의 생산 전략과 북미 SUV 수요에 따른 전략적 수출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GM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고급 전기차 라인을 북미 현지에 집중시키고 있으며 내연기관 SUV는 비용 효율이 높은 해외 생산기지를 활용해 조달하고 있다. 한국GM 부평공장 역시 생산되는 SUV의 약 84% 이상을 북미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단순한 증산만으로는 구조적 과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생산기지를 통한 미국 수출 전략은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관세와 같은 정책 변수에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은 단순 리스크를 넘어 한국GM 같은 외주기지의 존속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SUV 중심의 단기 실적 개선은 한계가 뚜렷하다"며 "부평공장이 전략적 생산기지로 지속되려면, 한국GM 내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 점유율 확대와 수출 시장 다변화, 하이브리드 수요 대응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세 충격은 현대차조차 수조원대 손실을 예상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으로 한국GM도 예외일 수 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하이브리드 생산 체계 구축과 내수 존재감 강화, 수출 구조 다변화로 이어지는 전략적 전환"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