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너지 의무화에 대출규제까지…하반기 부동산 시장 '안갯속'

2025-05-22     김동현 기자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건설자재 원가상승과 정국 불확실성에 따른 주택공급 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 연이은 제도 개편으로 부동산 시장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다음달 말 제로 에너지 건축 의무화로 인한 분양가 상승이 예상되고 있는데다,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으로 대출한도까지 축소되며 실수요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대출규제의 영향이 사실상 없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제) 아파트 시세만 오르며 집값 양극화 심화도 우려되고 있다.

22일 금융당국 발표자료를 살펴보면 오는 7월 1일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이 본격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3단계 시행으로 금융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용대출, 기타대출에 1.5%의 3단계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의 핵심은 '수도권 지역 주담대 한도 축소'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연 소득 1억원인 차주가 연 4.2% 금리의 혼합형(5년) 주담대를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을 받을 경우 DSR 2단계 적용 시 6억3000만원이었던 한도가 3단계 적용 시 5억9000만원으로 약 3300만원(5%) 줄어든다.

이에 더해 오는 6월 30일부터 '30인 이상 공동주택의 제로 건축물 에너지 의무화'도 적용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30가구 이상 민간 공동주택에 ZEB 5등급(에너지 자립률 20∼40% 미만) 수준 설계를 의무화하기 위한 규제 심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ZEB는 에너지 절감과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을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자체적으로 충당하는 친환경 건축물로 총 5단계로 나뉜다. 6월 30일부터 건축되는 신축 민간 아파트는 5단계 수준인 에너지 자립률 13∼17% 수준을 의무적으로 충족해야 한다.

국토부 측은 5등급 수준의 인증 기준을 충족할 경우 전용 84㎡ 기준 가구당 130만원의 공사비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5단계 수준의 에너지 자립을 위해선 기존 건축에 들어가는 자재 외에도 고성능 단열재와 고효율 창호, 태양광 설비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더해질 경우 국토부 측이 추산한 130만원을 훌쩍 뛰어 넘은 293만원의 비용이 더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고성능 재료들이 사용될 경우 원가율은 더욱 높아지고, 자연스레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공사비가 높아지면 건설사들의 입장에선 주택 공급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어 주택공급 절벽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7월부터 적용되는 대출규제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점도 부담요소가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규제와 제로 건축물 의무화로 인해 분양가는 오르는 반면, 수요자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의 폭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내집마련을 노리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출규제와 더불어 오히려 토허제 등 규제의 무풍지대에 놓인 지역의 집값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미 '똘똘한 한채' 선호가 짙어진 최근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서울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일명 상급지들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대선 이후 정권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따른 시장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어 향후 시장의 방향엔 물음표가 따를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과 여의도, 용산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곳은 순수 자기자본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이기에 DSR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대출 발생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지역 외 상급지로 분류되는 곳들의 가치가 더욱 높아져 지역 간 격차가 더욱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6월 대선 이후 집권할 정권에서 부동산 정책 기조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시장 안정화 등의 효과가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 "현재 상황에선 규제 일변도의 시장상황으로 불리한 여건이긴 하나, 향후 정권의 움직임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향방이 좌우될 것이기에 아직 예단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