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정기예금'…2년 새 '1000만좌' 증발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정기예금 계좌가 최근 2년 새 1000만 계좌 이상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1% 남짓에 불과한 예금 금리에 실망한 금융소비자가 더이상 예금상품을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으면서다.
예금에서 벗어난 자금은 주식과 암호화폐 등 다른 대체투자 수단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특히 요즘 같은 금리 하락기에 접어든 상황에선 정기예금의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14일 한국은행 통계에 의하면 국내 은행을 통해 가입한 정기예금은 지난해 말 기준 총 2314만7000계좌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만 총 600만 계좌가 해지됐다.
정기예금은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을 통해 꼬박꼬박 이자를 받는 상품으로, 가장 안정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졌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2년 정기예금은 10년도 채 안 된 2011년 첫 1000만 계좌를 넘어섰다. 이후 10여년 뒤인 2022년엔 3346만8000계좌로 폭증해 20년간 정기예금 계좌 증가 폭은 293%로 불어났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금리인하기가 본격화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주식과 코인 투자 등 대체투자 수단 확대와 더불어 인구 감소 등으로 정기예금의 매력이 떨어진 것이다.
실제 사람들이 잇따라 정기예금을 해지하기 시작한 것은 2023년부터다. 그해에만 437만7000계좌가 증발했다.
정기예금은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최근 2년 새 1000만 계좌가 넘는 정기예금을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2만여 계좌가 해지되는 셈이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해지된 1억원 이하 정기예금은 1045만계좌다. 일반 투자자가 예금에 넣은 자금을 다른 투자처로 옮겼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투자자가 순매수한 해외주식은 총 152억8803만 달러(약 21조원)어치다. 전년 동기(58억2457만 달러) 대비 162% 급증했다.
금리인하기가 본격화하며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 인하 행렬은 지속되고 있다. 실제 시중은행의 1년 만기 기본금리는 연 2.0%에서 연 1.8%로 집계되며, 1%대로 추락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13일부터 '우리 첫 거래 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같은 날 예·적금 기본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하했다.
이처럼 은행권 예금이자가 2% 초반대에서 1%대로 향해가면서 금융권 안팎에선 앞으로도 정기예금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보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부동산, 주식, 코인 등 대체투자 수단으로 옮겨가는 게 현실"이라면서 "화폐 가치가 점차 떨어지는 요즘같은 시기엔 현금 자산을 갖고있는 것보다 투자를 통해 돈을 불리는 게 더 이익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