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중단·기술 반환…韓 제약·바이오, 신약 개발 '경고등'

2025-05-02     김예령 기자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시험을 중단하거나 해외 제약사로 이전했던 기술을 반환받는 등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잇따르고 있다.

이는 신약 개발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차세대 파이프라인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오름테라퓨틱은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및 기타 HER2 과발현 악성종양 치료제 'ORM-5029'의 미국 임상 1상을 자진 중단했다. 

임상 중단은 치료제의 안전성 문제에 따른 조치로, 오름테라퓨틱은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통풍 치료제 'LC350189'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자진 철회했다. 해당 치료제는 지난해 임상에서 유의미한 효능을 입증했으나 미국 시장의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단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펩트론도 연골무형성증 치료제 후보물질 'PND3174'의 임상 1a상 시험계획을 자진 취하했다. 회사 측은 추가적인 비임상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제약사와 맺은 기술이전 계약이 해지되거나 권리가 반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티움바이오는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지로부터 호흡기질환 치료제 개발 프로그램 'NCE401'에 대한 계약 해지 및 권리 반환을 통보받았다. 키에지는 기술이전 이후 후속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 권리 반환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및 간질환 치료제 'BI 3006337'에 대한 개발 중단과 권리 반환을 통보받았다. 

해당 물질은 2019년 유한양행이 기술 수출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및 섬유아세포 성장인자21(FGF21) 이중 작용 항체로, 반환은 베링거인겔하임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 역시 지난해 말 미국 비탈리바이오로부터 경구용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DWP213388'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 해지 의향을 전달받았다.

업계에선 이 같은 사례를 두고 제약업계 전반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상 중단은 신약 개발에 제동을 걸고, 기술 반환은 파트너사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기업 가치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 오름테라퓨틱은 임상 중단 발표 직후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오름테라퓨틱과 LG화학 등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LG화학은 특히 항암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업계는 제한된 연구개발(R&D)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경쟁력이 낮은 파이프라인을 조기에 정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기술이 반환된 물질을 자체 개발해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유한양행은 미충족 의료 수요와 임상에서의 안전성 결과를 고려해 BI 3006337의 자체 개발을 검토 중이다. 

앞서 한미약품도 얀센에 기술이전했던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반환받은 후 이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개발해 2020년 MSD에 다시 기술 수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