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車부품 관세 한시 완화…韓업계 "리스크 속 기회"

2025-05-02     강나연 기자
언론과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부터 부과할 예정이었던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 관세를 조건부로 완화하면서 '트럼프발(發) 관세 압박'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미국 내에서 조립되는 차량에 한해 부품 관세를 한시적으로 환급하겠다는 조치다.

한국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는 '미국 수출 의존도'라는 리스크 속에서 이번 조치가 미국 내 조립 조건을 충족하는 부품 수출에 기회를 열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완성차에 부과한 25% 관세 외에도 철강·알루미늄 등 다른 품목에 대한 관세가 중복으로 부과되지 않도록 조정한다고 보도했다.

3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외국산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 관세 역시 완화 조치가 적용됐다.

이번 조치에 따라 미국 내에서 조립되는 차량은 부품 관세가 한시적으로 환급된다. 1년 차에는 차량 가격의 최대 3.75%, 2년 차에는 2.75%까지 환급된다. 

미국 내 조립 조건과 외국 부품업체에 현지화를 유도하는 '적응 유예 기간'을 부여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완화 조치에는 미국 내 자동차 업게와 노동계의 반발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현지시간) 자동차혁신연합(AAI)과 자동차정책위원회(AAPC)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에 "자동차 부품 관세로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대부분의 공급업체가 관세에 따른 혼란을 감수할 만큼 자본력을 갖추지 못해 이미 다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칫하면 생산 중단과 해고, 파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역시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누적 관세 정책이 자국 내 자동차 제조업 리쇼어링(미국으로의 생산시설 복귀) 목표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 내 완성차 업체 상당수가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있어 관세를 부과할 경우 자국 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완성차 업체도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의존하고 있어 관세는 이들조차도 피할 수 없는 비용 상승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실제로 관세는 부품값 상승을 불러오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계 내부에서도 완화 요구가 거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세 완화에도 전문가는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부품 관세 완화는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시그널이지만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이 자주 바뀌는 만큼 실질적 세율 조정과 적용 범위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산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공급망 전략은 분명하지만, 우리 기업은 대미 의존도가 높은 만큼 관세 완화 국면에서도 리스크는 여전히 지속될 수 있다"며 "FTA 등 제도적 협상, 나아가 여러 통상 현안을 묶은 패키지 딜을 통해 안정적인 관세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국내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품 환급 조치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하나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환급 혜택이 미국 내 조립 차량에 한정된 만큼 현지 조립 조건을 충족하는 부품에는 관세 회피 여지가 있다"며 "현대차그룹처럼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관세 환급이 차량당 부품 원가의 일정 비율(1년차 15%, 2년차 10%)에 대해 한정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부품 조달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에겐 가격 경쟁력 강화와 수출 기회 확대가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보고서는 이에 더해 관세 부담 완화가 소비자 가격 전가를 줄여 미국 내 수요 방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