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합종연횡'의 시대…'뭉쳐야 산다'

2025-04-24     안솔지 기자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업체 간 '전략적 동맹'을 통해 활로 모색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를 통해 쿠팡의 독주와 알리·테무 등 중국계 플랫폼의 공세 등으로 격화되는 시장 경쟁에서 생존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GMV) 50조원을 돌파하며 쿠팡(55조원)과 함께 시장을 양분한 네이버는 신선식품·새벽배송에 특화한 컬리와 손을 맞잡았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네이버와 IPO(기업공개)를 위한 성장 동력이 필요한 컬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을 출시하며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앱은 네이버가 개발한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선호도, 과거 구매 이력, 의도 등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출시 한 달만에 안드로이드 버전과 애플 iOS 버전을 합쳐 다운로드 수 500만건을 넘어서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네이버는 여기에 컬리라는 '우군'을 확보했다. 컬리는 연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공식 입점해 식품, 생필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고객들도 컬리의 새벽배송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서비스 명으로는 '컬리 N 마트'를 고려 중이다.   

이번 협업으로 네이버는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강화,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컬리 역시 신규 고객 유치, 고객 연령층 확대와 더불어 판매 채널 확장을 통한 서비스 경쟁력 강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는 앞으로 고객 혜택 강화에 초점을 두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 서비스를 제공해나갈 방침이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도 깜짝 '동맹'을 발표했다. 

신세계와 알리바바는 각각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를 공동 운영할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양사의 출자 비율은 5대5이며 합작법인명은 '그랜드오푸스홀딩'이다. 

이 합작법인에는 G마켓과 알리가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각 플랫폼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G마켓에 입점한 60만명의 셀러들의 글로벌 판로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의 IT 인프라를 활용해 G마켓의 IT 역량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양사는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기업결합 관련 신고를 접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신선식품·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는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켰던 '티몬'을 인수,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 

오아시스는 지난 14일 티몬 최종 인수 예정자로 선정됐다. 인수는 100% 신주인수 방식이며 인수대금은 116억원으로 책정됐다. 오아시스가 추가 운영자금을 투입해 변제할 예정인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채권 등을 합치면 실질 인수 대금은 181억원 수준이다. 최종 인수 여부는 오는 6월 중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매출 5171억원, 영업이익 22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13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오아시스는 새벽배송 업체로는 드물게 지속 흑자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그만큼 사업 구조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그간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가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이에 오아시스는 지난 1월 닭가슴살 브랜드 '아임닭'을 조건부 인수한데 이어 티몬 인수까지 나서며 외형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오아시스는 이번 티몬 인수를 통해 500만명으로 추산되는 티몬의 기존 고객층을 흡수하는 것은 물론 비식품 카테고리까지 상품군 확장을 꾀할 방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서 경쟁보다 협업에 나서는 것은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시장에서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진 업체들이 협업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 시장 확대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