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SK하이닉스, TC본더 놓고 '갈등'…반도체 산업 변화하나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조 핵심 장비인 'TC본더'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양사의 8년 동맹에 균열이 생기면서 새로운 협력 관계가 나올지 주목된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2일 예정했던 기업설명회(IR)를 다음 달 15일 1분기 실적 발표 이후로 미뤘다.
한미반도체의 이번 일정 연기는 최근 SK하이닉스와 TC본더 공급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을 경계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한화세미텍과 10대 안팎(420억 원 규모)의 HBM용 TC본더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에 지난 2017년부터 8년간 TC본더를 SK하이닉스에 100% 독점 공급하며 이어졌던 한미반도체와 SK하이닉스의 동맹에 균열이 가게 됐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지난달 대외 메시지를 통해 "후발주자인 ASMPT, 한화세미텍과 한미반도체 TC본더는 상당한 기술력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로부터 수주를 받았지만 결국 유야무야, 흐지부지하게 소량의 수주만 받게 될 것"이라고 불편함을 드러낸 바 있다.
해당 계약 규모는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갈등에 불씨를 키웠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타 고객사보다 30% 가까이 할인된 가격으로 TC본더를 공급해 왔으나, 한화세미텍은 정상가로 수주했다.
이에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납품가 28% 인상을 통보했다. 한미반도체가 TC본더 납품 가격을 인상한 것은 처음이다. 또 파견했던 CS(고객서비스) 엔지니어 전원을 철수시키며 압박을 가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8년 동맹에 균열이 생기면서 새로운 협력 관계가 나올지, 갈등이 봉합될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갈등을 계기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에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시선이다.
SK하이닉스는 한화세미텍에 이어 싱가포르 장비사인 ASMPT와 협력에 나섰으며, 한미반도체도 미국의 마이크론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의 협력설이 대두됐다.
한미반도체는 2011년 삼성전자의 자회사 세메스와의 특허 침해 소송 이후 삼성전자와 거래하지 않았으나, 양사 모두 사업과 감정은 별개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각에서는 한미반도체가 IR을 미룬 만큼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양사 간 의존도가 높은 만큼 결국 갈등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물밑으로 협상을 시작했다는 후문도 나온다.
SK 경영진은 최근 직접 인천 한미반도체 본사 찾아 한미반도체 엔지니어들의 복귀와 추가 장비 구매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봉합설과 결별설 모두 나오는 상황"이라며 "기업 설명회가 밀린 만큼 갈등 봉합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