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재심서 '1000억 신용공여' 제안
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신용평가사의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통보 이후 열린 재심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조건 변경 외에도 1000억원 한도의 크레딧 라인(신용공여 한도)을 제공하는 신용보강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들은 2월 중순 첫 기업설명(IR) 미팅 이후 홈플러스 측에 등급 하락 가능성을 경고해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MBK는 재심 당시 제출한 추가 자료들은 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반박 중이다.
금융당국이 홈플러스 경영진과 MBK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살펴본 후 사건을 검찰로 통보한 가운데 수사의 최대 쟁점은 2월 25일 1차 신용등급 강등 통보 이전에 이들이 강등 가능성을 인지했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월 25일 오후 4시께 한국기업평가(한기평)로부터 단기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하락하게 될 거라는 정기평정 결과를 전달받았다.
한기평은 홈플러스에 재심 신청 의사가 있는지 물으며 관련 절차를 안내했으며 홈플러스는 26일 오전 곧바로 재심을 요청했다.
등급 평정 재심은 이전과 달라지는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 MBK와 홈플러스가 제출한 신용등급 하락 방어 자료는 크게 2가지였다.
첫 번째 홈플러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조건 변경으로 지난달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직접 밝힌 내용이다.
홈플러스 발행 RCPS의 상환권은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투자와 홈플러스가 모두 갖고 있었다. 등급 하락 위험이 닥치자 MBK는 한국리테일투자와 홈플러스 간 RCPS 발행조건 변경합의서를 체결하게 하고 홈플러스만 상환을 요구할 수 있게 변경했다.
이를 통해 잔액이 약 1조1000억원에 달하는 RCPS가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계상되면 부채비율이 하락해 등급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게 MBK의 구상이었다. 이후 홈플러스는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우선주 상환 조건을 변경하기 위한 정관 개정을 의결한다.
두 번째로 RCPS 상환 조건 변경 외에도 업무집행사원(GP)의 1000억원 규모의 크레딧 라인 제공이다. 홈플러스 주주사인 MBK가 홈플러스에 1000억원 한도의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주고, 홈플러스가 한도 내에서 자금을 요청하면 MBK가 자체 신용 등을 통해 조달해주는 방식이다.
신용평가사는 기업 신용도에 유사 시 그룹 내 타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하기도 한다. 홈플러스는 대주주가 사모펀드(PEF)여서 계열 지원을 할 수 없기에 MBK가 단기 유동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26일 재심에서 운용사 고유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앞서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과 홈플러스는 2월 말 단기신용등급 정기평정을 2주가량 앞둔 상황에서 연례 사전 IR 미팅을 진행했다. 신용평가사들은 등급 평정 과정에서 부정적인 언질을 주기 때문에 평가 대상 기업은 신용도 하락을 예상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달 정무위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기범 한기평 대표는 '심사 과정 중 홈플러스가 신용등급의 하락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내부적으로는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MBK 관계자는 2월 25일 예비통보 전에는 신용등급이 떨어질 줄 몰랐다는 입장이다. 신평사들의 경고성 언질은 없었고 당시 10000억원 규모의 크레딧 라인을 제공할 정도로 등급을 유지하고 회사를 꾸려나가고 싶은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홈플러스와 MBK 관계자들을 증권선물위원장 긴급조치(패스트트랙)로 검찰에 통보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초 "검사·조사 과정에서 유의미한 사실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홈플러스가 2월 25일 오후 4시께 신용등급 하락 평정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말한 만큼, 이날 전까지 홈플러스 경영진과 MBK 관계자들이 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했는지 여부가 향후 수사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