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카드론 잔액만 5조원…연체율 급증 우려도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자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급증하는 가운데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역시 5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카드사의 주 수입원이었던 신용판매(신판)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대출로 눈을 돌려 이익을 창출했단 평가다.
다만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이율이 높은 카드론의 경우 카드사의 수익성을 높이는 반면, 연체율 부담이 커 수익과 별개로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을 야기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통계에서 국내 카드사 8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이 지난해 벌어들인 카드론 수익은 5조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3%(4682억원) 증가한 수치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가 1조639억원을 기록하며 동기간 5.5% 늘어 카드사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뒤이어 국민카드가 7.4% 증가한 8805억원으로 집계됐다.
경기 불황 탓에 카드론은 매월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부터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소상공인 및 금융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카드론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여신금융협회가 집계한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2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9888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말 잔액 42조7309억원)보다 약 25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연체율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 등 금융당국은 지난 1월 국내 시중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3.5%까지 치솟았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 평균이 3.1%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월엔 0.4%포인트가량 더 상승한 3.5%로 불어난 셈이다.
뿐만 아니라 고이율을 감당하지 못해 카드론을 받은 카드사에서 다시 대출을 받는 대환대출과 리볼빙(일부 금액 이월 약정)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2월 대환대출 잔액은 1조6843억원으로 1월 말(1조6110억원) 대비 733억원 늘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 역시 7조613억원으로 전월(7조522억원) 대비 100억원가량 급증했다.
이처럼 카드론은 이율이 높아 카드사엔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지만 연체율이 높아 건전성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여신금융협회 통계에서 카드론의 평균 금리는 최고 15.29%에 달한다. 신용점수 700점 이하의 경우에는 15.99~19.32%로 법정최고금리인 20%에 육박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카드론을 갚기 위해 차선책으로 대환대출과 리볼빙 증가는 금융 소비자신용도 하락을 유발해 연체율 증가를 가져온다.
카드사들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카드론 상품을 확대하기 부담스러운 입장이지만, 장기화되는 경기 불황에 최근 카드론을 찾는 고객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최근 가계 대출 증가세가 고개를 내밀면서 카드 연체율 상승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739조7256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조1745억원 증가했다.
이에 금융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카드론 총량 및 리스크 관리를 요구하고 연체율과 대출 구조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 상태다.
올해 카드사들은 부실채권(NPL)을 줄이고 늘어나는 카드론 수요를 관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요 카드사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신용평가모형(CSS)를 고도화하며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돈을 벌지 못하자 카드론 등 대출상품을 통해 수익을 봤다"면서도 "연체로 인한 건전성 우려 탓에 자산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