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나보타·엔블로' 투트랙 전략으로 중남미 공략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파머징 마켓'(신흥 제약시장)으로 불리는 중남미로 향하고 있다. 미용·항암·당뇨병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 출시와 입찰 수주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웅제약이 '나보타'와 '엔블로'를 앞세워 중남미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최근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를 중남미 주요국에 출시하며 글로벌 누적 진출 19개국을 달성했다.
엔블로는 대웅제약이 개발한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로, 혈당 조절뿐 아니라 체중·혈압·신장 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는 약물이다.
대웅제약은 이미 에콰도르에서 엔블로의 첫 품목 허가를 획득했으며, 최근 코스타리카·온두라스·도미니카공화국·파나마·엘살바도르·과테말라 등 중남미 6개국과 러시아에도 추가 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엔블로는 중남미를 중심으로 유라시아 시장까지 포괄하는 글로벌 확장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엔블로의 글로벌 확장은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혁신적인 당뇨병 치료제를 전 세계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에콰도르에서의 첫 허가를 시작으로 중남미 및 러시아 시장에서 엔블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2030년까지 30개국 진출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앞세우며 중남미 미용·성형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나보타는 98% 이상 고순도로 불순물이 적고 내성 유발 위험이 낮은 점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2015년 파나마를 시작으로 중남미 시장에 처음 진입한 뒤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페루 등 12개국에 차례로 진출했다. 지난 2월에는 에콰도르에서 정식 출시되며 중남미 13개국 진출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당시 에콰도르에서 열린 론칭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한 브라질 성형외과 전문의는 나보타에 대해 '내성이 적고 용량별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데 유리하며 안면 윤곽 등 다양한 적응증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평가한 바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이미 선점한 분야인 만큼, 당사는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접근으로 진출했다"고 말했다.
바이오 기업 중에선 셀트리온이 항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앞세워 브라질·과테말라·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주요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의 공급 계약을 2026년 3월까지 연장했고, 과테말라에서는 다음 달 출시 예정인 전이성 암 치료제 '베그젤마'(성분명 베바시주맙)가 사회보장청 입찰에서 95% 점유율을 확보하며 출시 전부터 시장 우위를 차지했다.
셀트리온의 기존 제품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는 과테말라에서 70%, 코스타리카에서 90% 이상 점유율로 처방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형), '유플라이마'(성분명 아달리무맙) 등 후속 제품도 중남미 시장에 순차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브라질·멕시코 등 일부 중남미 국가는 이미 미국·유럽 못지않은 시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의 신약 개발 역량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비해 다양한 치료제들이 중남미 시장에 진출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군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은 한국에서 특히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분야"라며 "먼저 진출한 기업이 시장 기반을 다지면 이후 기업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레 시장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