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정체·보조금 폐지·美관세' 3중고…車업계, 전기차 생산 '셧다운'

현대차·GM·스텔란티스 등 전기차 생산라인 가동 중단 전문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생산 조정, 당분간 지속될 듯"

2025-04-21     강나연 기자
현대차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여파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 고율 관세 정책' 등의 여파가 겹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제너럴 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전기차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조치를 내리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반의 생산 조정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는 내다봤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울산 1공장 12라인 가동을 중단한다. 12라인은 '아이오닉5'와 '코나EV' 등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를 생산하는 핵심 라인이다.

유럽·캐나다 등 주요 시장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수출 물량이 감소한 데다 미국 관세 인상으로 현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점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 44.6% 줄었다.

현대차는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계약금 지원 혜택과 무이자 혜택 등을 제공했지만 수요 회복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상황이다.

조립할 차량 없이 컨베이어 벨트만 도는 '공피치' 상태를 감내하던 현대차는 결국 라인 가동을 멈추고 휴업을 선택했다.

이처럼 글로벌 전기차 수요는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추세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정체) 현상은 충전 인프라 부족, 차량 가격 부담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서다. 

또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상황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22년, 독일은 2023년에 보조금을 전면 폐지했으며 캐나다는 일부 주를 제외하고 지난 1월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했다. 한국도 보조금이 줄어드는 추세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부터 모든 수입차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 유럽, 중국 등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들은 가격 경쟁력을 크게 잃었다. 

결국 현대차를 비롯해 GM, 포드 등 주요 기업들은 캐즘에 맞춰 전기차 생산량을 조절하거나 생산을 일시 중단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GM이 캐나다 온타리오 CAMI 공장에서 생산하던 전기 상용밴 '브라이트드롭'의 생산을 오는 10월까지 중단한다고 보도했다. 

스텔란티스는 관세 발효 시점인 3일(현지시각)부터 이달 말까지 2주간 캐나다 윈저와 멕시코 톨루카에 위치한 조립 공장을 가동을 멈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는 아직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소비자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다"며 "캐즘 현상은 특히 보조금이 축소와 맞물릴 경우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내수 시장만으로는 대응이 어렵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트럼프 관세 리스크와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현대차 등 기업들은 전기차의 생산 템포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관세가 장기화되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반의 조정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