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시밀러 도전장
작년 글로벌 매출 43조원 이상…'특허 만료' 임박 제약·바이오 기업들, 바이오 시밀러 개발 경쟁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지난해 글로벌 매출 43조원을 기록한 면역항암제 분야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특허 만료가 다가오면서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연 매출 1조원을 훌쩍 넘는 항암제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로 꼽히는 키트루다를 겨냥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먼저 시장 선점에 나섰다.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4월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글로벌 임상 3상에 착수했다.
그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중심이었던 포트폴리오에서 항암제로의 확장을 본격화하며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방침이다.
키트루다는 미국 제약사 머크(MSD)가 판매하는 3세대 면역항암제로, 폐암·흑색종·비소세포폐암·두경부암 등 다양한 암종 치료에 사용된다.
이 약물은 면역세포인 T세포의 표면에 있는 'PD-1 단백질'을 억제해 암세포가 발현하는 PD-1L 수용체와의 결합을 차단함으로써 자가면역 반응을 유도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기전이다. 현재 30개 이상의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SB27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11번째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으로, 이번 임상은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다국가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1월부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4개 국가에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SB27 임상 1상도 진행 중이다. 임상 1상과 3상을 병행하는 '오버랩'(overlap) 전략을 통해 전체 임상 기간을 단축하고 상용화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보통 바이오시밀러 임상은 1상이 끝난 뒤 3상에 진입하는 방식이지만 오버랩 전략은 두 단계를 겹쳐 진행함으로써 개발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오시밀러는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되는 것이 경쟁력 확보의 핵심인 만큼, 빠른 임상 진입을 위해 오버랩 전략을 세웠다"며 "SB27뿐 아니라 당사의 다른 파이프라인에도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이어 셀트리온도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CT-P51'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시험계획(IND)를 제출하고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에 착수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부터는 유럽에서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도 병행하며 적응증 확대를 위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제품인 키트루다가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만큼 바이오시밀러 역시 높은 성장 잠재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키트루다의 글로벌 매출은 295억 달러(약 43조2000억원)로, 단일 의약품 기준 세계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해당 제품의 국내와 미국의 주요 특허는 각각 2028년 6월과 2029년 11월, 유럽 특허는 2031년 1월에 만료될 예정이다.
이처럼 키트루다가 특허 만료를 앞두고 막대한 매출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이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제약사 암젠은 'ABP 234'라는 개발명을 앞세워 키트루다 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스위스 산도스도 'GME751'을 앞세워 임상 1상과 3상을 병행 중이며, 다양한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키트루다 대비 동등성을 평가하는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