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등 70여개국 상호관세 90일 유예…중국엔 125%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가 시작된 지 13시간여 만에 중국을 뺀 다른 국가에는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미국의 상호관세에 보복관세로 정면 대응한 중국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를 적용해 도합 125%의 관세를 즉시 부과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해 추가로 맞대응 조치를 발표한 중국에 대해 "관세를 즉시 125%로 인상한다"라고 밝혔다.

대신 중국을 제외한 75개 이상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반대로 75개 이상 국가들은 미국과 협상에 나섰으며 보복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들 국가에 대해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이 기간에는 10%로 상호관세를 상당히 낮춰 즉시 발효되도록 승인했다"라고 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 게재 뒤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인상될 것이며 이는 중국이 경솔하게(imprudently) 보복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면서 "누구든 미국을 때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더 세게 맞받아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 대해 "우리는 맞춤형 협상을 계속할 것이며 그 기간에 90일간의 (국가별 상호관세) 유예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는 보편적인 10%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등을 이유로 미국의 모든 무역상대국에 10% 이상의 상호관세 시행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5일부터 전세계 국가들에 10%의 기본 관세가 부과됐고, 여기에 더해 미국이 이른바 '최악 침해국'으로 분류한 57개 무역파트너(한국·일본·중국 등 56개국+27개 회원국 가진 유럽연합)에는 9일 0시1분부터 국가별 상호관세가 별도로 부과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한지 13시간여 만에 중국을 제외하고 다른 국가에 대해선 국가별 상호관세 유예 조치를 전격적으로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의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도 90일간은 기존 25%에서 10%로 낮아지게 됐다.

특히 이번 조치는 '트럼프 관세'로 인한 무역전쟁 격화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주식 시장이 연일 폭락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다만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금융시장 충격 때문에 유예 결정을 내린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라며 "그것은 엄청난 연락들 때문"이라고 답했다. 

베선트 장관은 "75개국 이상이 우리에게 연락해왔는데, 오늘 이후엔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면서 "연락 하나하나에 대한 해답은 맞춤형이 될 것이라 시간이 걸리고 트럼프 대통령도 개인적으로 관여하고 싶어 한다. 그게 우리가 90일 계획을 내놓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향후 협상에 대해서는 "이는 무역협상이다. 어제도 얘기했는데, 우리는 알래스카에서의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며 한국과 일본, 대만이 자금을 대고 상당한 비중의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러한 협상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감소시킬 것이며, 모든 것이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미중 무역전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해 동일한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 조치를 단행하면서 미국 여행 자제령도 내리는 등 미국의 조치에 대해 물러서지 않고 전면적으로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에도 보복 관세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