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美 증시…상호관세 유예에 5년 만에 '최대 상승'
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뺀 다른 국가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침체했던 미국 증시가 기지개를 켜며 폭등했다.
미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 무역 관행과 대미 무역흑자를 빌미로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폭락한 바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62.86포인트(7.87%) 상승한 4만608.45에 마감했다. 이는 5년 전인 2020년 이후 일일 최대 상승 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보다 474.13포인트(9.52%) 오른 5456.9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857.06포인트(12.16%) 폭등한 1만7124.97에 각각 장을 마쳤다.
특히 그동안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대형주를 위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5.33% 오른 198.85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날 마이크로소프트(MS)에 내줬던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하루 만에 가져왔다.
테슬라는 22.69% 급등해 대형 기술주 가운데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지난해 8월7일 이후 8개월 만에 100달러를 밑돌았던 엔비디아의 주가도 18.72% 올라 거래를 마쳤다.
이 외에도 MS(10.13%), 아마존(11.98%), 알파벳(9.88%), 메타플랫폼(14.76%)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미 증시가 급등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90일간 상호관세 유예 방침을 밝히면서다. 중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즉각 올리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중국은 세계 시장을 무시해 왔다"라며 "이에 나는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125%로 올리는 조치를 즉시 발효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까운 미래에 언젠가는 중국도 미국과 다른 국가들을 착취하는 시대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거나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갈피를 잡기 힘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그동안 투자자들은 혼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극단적이기보다 점진적인 관세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증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90일 이후 정책 불확실성 여전히 남아 있으나 무역 협상을 베센트 재무부 장관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경기침체 및 자산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진행될 전망"이라며 "이에 따른 하단 지지선은 확인했지만 여전히 미-중 맞불 전쟁이 강 대 강으로 진행되고 있고 10% 보편 관세 및 자동차 25% 관세에 따른 글로벌 무역량 감소와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정책 시프트에서 한가지 확인한 사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금리 급등 및 주식시장 폭락 등에 따른 경기침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향후 변동성 장세에서 과매도 시그널은 매수 기회라는 자신감을 얻은 만큼 완전한 정책 시프트는 트럼프 감세 정책 및 규제 완화 정책에 집중되었을 때가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iM증권 한 관계자는 "관세 조치 유예에 따른 미 증시 급등 속 한국증시도 상승 출발할 것"이라며 "야간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역시 고점 대비 약 40원(2.6%) 급락하면서 관세 노이즈에 억눌려있던 위험 심리가 개선되는 모습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세 타격 속 낙폭이 컸던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주 그리고 부진을 이어오던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돼 대형주 위주의 접근이 유효하다"라면서 "이제 관세는 상식적인 선에서 부과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기적으로 기존 주도주보다는 향후 관세 정책에서의 상대적 수혜주를 고민해 볼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