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 현대건설, 에너지 시장에 주력…'위기 타개' 노린다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지난해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현대건설이 창사 후 처음으로 인베스터데이를 개최하며 회사의 신성장동력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8%대 영업이익률을 제시한 가운데 구체적인 성장동력으로 에너지 시장에 주력하겠다고 한 것이 눈에 띈다.
업계에선 현대건설이 목표한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기 위해선 주택과 건축 등 현재 주력하는 분야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28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했다.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석해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중장기 경영 전략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 자리는 단순히 향후 회사의 방향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닌 현대건설의 위기감이 더해진 행보라는 분석이다. 현대건설이 이러한 행사를 개최한 것 자체가 창사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한우 대표가 직접 발표에 나선 이날 현대건설은 장기적인 성장전략 'H-로드(Road)'를 공개했다. 전략을 통해 크게 △에너지 트랜디션 리더(Energy Transition Leader) △글로벌 키 플레이어(Global Key Player) △코어 컴피턴시 포커스(Core Competency Focus) 등 3가지 키워드를 내걸었다.
현대건설은 행사를 통해 '신사업 발굴'이라는 주제를 화두로 던졌다. 그 중에서도 특히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것이 '소형 원전모듈'(SMR) 등 원자력 에너지 분야였다.
현대건설은 오는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8개, SMR 5개 프로젝트 수주를 목표로 내세우면서 사실상 회사를 책임질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의 경우 원전·태양광·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에너지 부문과 데이터센터 사업을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현대자동차그룹 차원에서의 협업을 통해 로보틱스·수소 에너지·미래 모빌리티 등도 영위할 것을 시사했다.
다만, 아직까지 신사업 분야의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만큼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건축·주택 부문에선 도시정비와 복합개발 중심의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현재 현대건설은 도시정비사업을 비롯해 서울 강서구 가양동 CJ 부지, 남산 인근 힐튼호텔 부지, 송파구 복정역세권 등 굵직한 복합개발 사업을 확보한 상태다.
오세아니아에서는 호주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그린수소와 전력망 확충 사업을 전개하고, 주거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뉴질랜드에선 해외 주택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게 현대건설의 방침이다.
이처럼 현대건설이 공개적으로 신사업에 대한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건설업계 침체에 따른 외형 축소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건설과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은 높은 원가율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며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어닝쇼크를 기록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원가율 100.66%를, 현대엔지니어링은 105%를 각각 기록했다.
현대건설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32조6702억원, 매출원가는 32조8872억원으로 -200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액 14조7604억에 매출원가는 15조5514억원을 기록해 -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은 결과적으로 지난해 현대건설의 영업적자로 이어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해외 플랜트 사업장에서 1조20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가 발생했고, 올해 초에도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교량 붕괴 사고로 10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해 각종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신용등급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최근 몇 년간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이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현대건설의 아픈 손가락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현대건설은 돌파구를 모색해야 했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한 성장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반등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이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결국 현재 주력으로 영위 중인 건축, 주택 부문의 실적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이 오는 2030년까지 목표치로 내건 영업이익률 목표 8%는 토목과 플랜트 공사 마진을 각각 7%로 설정할 경우 건축과 주택 부문에서 13% 이상의 마진을 내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