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트럼프발 상호 관세 충격에 '휘청'
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강행에 따른 충격파에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하는 등 국내 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7일 9시 42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1.36(4.92%) 급락한 2344.06에 거래 중이다.
코스피가 장중 2400선 아래로 하락한 건 지난 1월 2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가 급락하자 이날 오전 9시 12분부터 5분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사이드카 발동 당시 코스피200 선물은 전 거래일 종가(329.15)보다 17.10포인트(5.19%) 떨어진 312.05였다.
사이드카는 주식시장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제한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이번 사이드카 발동은 엔캐리 청산 우려 등으로 인해 폭락했던 2024년 8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보다 4% 이상 하락해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날 한국 증시 급락 배경엔 미 증시 급락 여파의 충격이 자리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4월 2일부터 본격화한 트럼프의 상호 관세 리스크가 모든 것을 삼켜버리면서 잇따른 증시 급락을 초래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미국 장 시작 전 중국이 미국산 제품 34% 추가 관세 부과, 희토류 수출 통제, 미국 군수 기업 물품 수출 금지 등 전면적인 보복 조치를 발표하면서 미중 무역분쟁 격화 불안을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미국과 여타 국가 간 무역분쟁 격화에 따른 경기 침체 전망은 1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기업 이익 추정의 신뢰성 저하, 밸류에이션 레벨 다운 리스크 등과 같은 노이즈를 생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증시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부과 발표 이후 미국 주식 시장이 폭락한 것과 관련해 의도적으로 투매하도록 설계하지 않았다면서 "때로는 약을 먹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오는 9일로 예정된 미국의 무역 상대국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와 관련해 협상을 위해 상호관세 부과를 연기하거나 유예할 가능성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발언은 상호 관세 정책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관세로 인한 경제적 파장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파월 의장은 향후 분기 인플레이션도 상승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국 증시는 미국 상황뿐만 아니라 국내 사정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수요 불투명성도 높아지면서 오는 8일 예정된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업종의 수급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에 유의하면서 향후 대내외 전개 방향에 주시할 것을 조언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관세 우려를 선제적으로 반영해 온 비(非) 미국 국가보다는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유의해야 한다"라며 "국내 주식시장도 관세 우려는 잔존하나 추가 협상 가능성과 대내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 최근 10년 이내 저점에 근접한 밸류에이션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재개와 원/달러 환율 하향 안정화 흐름이 외국인 수급 개선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향후 추경 편성과 상법 개정 등 정책적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