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에 금융·외환시장 '비상'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당초 예상보다 높은 관세율에 성장 전반이 둔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로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미국의 관세 조치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간담회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최 부총리는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에는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가용한 모든 시장안정조치를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 상황이 충분히 안정될 때까지 관계기관 합동 24시간 점검체계를 지속적으로 가동하고, 외환·국채·자금시장 등 각 분야별 점검체계도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전문가들 역시 이번 트럼프 상호관세 조치가 주변국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고 평가하며 시장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對) 중국 무역 적자가 우리나라의 4.5배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율을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금융 시장에선 이번 상호관세 조치에 따라 원/달러 환율 상승과 주가 하락, 물가 상승은 물론 금리 등 통화정책에 있어서도 운용에 제한을 두게 될 요인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시중은행에선 원/달러 환율 상단을 1500원까지 높였고 연고점 경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외환 시장에서는 중국 리스크가 확대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2기 출범 직후 중국산 제품에 이미 2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상호관세까지 포함하면 총 54%에 달하는 관세가 적용되는 셈이다.
특히 금융 시장에서 원화는 위안화의 대리 통화로 통하는 점을 감안하면 위안화 변동성이 커지면 원화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는 한국은행의 금리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될 전망이다. 환율 불안과 더불어 한미 금리 역전 현상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기준금리 인하 단행에 제동이 걸렸다. 내수 침체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 인하를 단행할 시 되레 환율만 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관세 부과가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미국 및 세계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경제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경기 둔화는 주식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물가 상승은 채권 시장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에서 기준금리를 내려도 대출금리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내수 회복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관세 정책에 따른 중소·자영업자들의 매출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 중에선 하나은행이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6조3000억원대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향후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을금융지원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