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에 식품가 '초긴장'…K푸드 수출도 '빨간불'

2025-04-04     안솔지 기자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인해 K-푸드 수출 기업들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번 관세 정책이 수출에 집중해온 기업들에게 미칠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내수 침체를 타파하고자 해외 시장 확대 드라이브를 걸고 있던 기업들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설을 통해 "한국산 제품 전체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하고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기업의 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시행되는 이번 상호관세는 기본관세(5일 시행)와 이른바 '최악 국가'에 대한 개별관세(9일 시행)로 나뉜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대만 등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에도 기본관세 이상의 상호관세가 부과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라면서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부과되는 상호관세 25%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상호관세가 적용되면서 업계도 당혹스러운 입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관세가 높게 책정되면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그간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온 K-푸드의 경쟁력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식품업계가 미국 상호관세 부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내수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을 타파하기 위해 해외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그 중에서도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핵심 시장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대미 수출액은 15억9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1.2% 증가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이 기존 대비 8.4~14.0%(약 55억~93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관세로 인해 제품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 수요 감소는 불가피하다. 더구나 발표된 한국의 상호관세 부과율이 예측보다 높아 수출 감소액은 예측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지 생산공장을 갖춘 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 내 20여개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다. 수출 품목도 있지만 현지에서 생산하는 물량으로도 미국 내 수요를 감당하기 충분하다. 또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경우 관세 면제가 가능해 관세 부담이 덜한 상황이다.  

농심은 미국에 제1공장과 제2공장을 통해 각각 5억개, 5억1000만개 등 연간 총 10만1000만개의 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대상은 2022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미국 LA 현지에 대규모 김치 공장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반면 현지 생산 기반 없이 수출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해온 삼양식품은 이번 관세 인상에 따른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삼양식품 미국법인 매출액은 38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22%를 차지한다. 삼양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경쟁력을 갖춘 업체여도 25% 관세를 감내할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범 정부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출 지역 다변화와 환율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일정 부분 상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이라며 "업계에서도 이와 관련한 대응을 위해 논의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