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사, 美관세 리스크에 '흔들'…"정부, 대화 창구·지원정책 시급"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3일부터 모든 수입산 자동차 및 핵심 부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1~2%에 불과한 자동차 부품사들은 관세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없고, 완성차 제작사들도 글로벌 변수로 인해 협력사를 일일이 챙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의 비상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백악관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전동장치) 부품, 전기 부품 등 핵심 자동차 부품에도 25%의 관세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부과 시점은 '5월 3일 이전'으로 자동차 관세보다 한 달 정도 늦게 적용될 전망이다.
미국 내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주요 수출국을 겨냥한 트럼프식 통상 압박이 본격화된 셈이다.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와 부품사, 원자재 공급업체 등 복잡한 공급망으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관세 부담은 수출가격 인상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업계의 우려가 크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이미 충격을 감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는 미국 현지 딜러들에게 관세 부담 전가에 따른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공유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제작사조차 글로벌 변수로 인해 협력사를 일일이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중소 부품업체들의 생존 여력이다.
부품사들은 원청인 완성차 업체의 납품 단가에 묶여 가격 전가가 어렵다. 영업이익률도 평균 1~2%에 불과해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품목이 다양하고 미국 수출 비중이 높아 관세가 본격 적용될 경우 매출 타격과 수익성 악화,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관세 대상이 된 부품은 완성차의 근간을 이루는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핵심 부품"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부품사가 무너지면 산업 생태계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기업 210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의 60.3%가 트럼프식 관세 정책의 직·간접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부품 업종은 81.3%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응답했다. 이 가운데 '미국 수출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24.3%)과 '미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기업'(21.7%)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에 직접 수출하지 않더라도 납품 연계를 통해 간접 영향을 받는 기업이 절반을 넘는다.
대응 여력은 미흡한 수준이다. 응답 기업 중 절반 가까이(45.5%)는 단순히 '상황을 지켜본다'고 응답했으며 '대응 계획이 없다'는 응답도 20.8%에 달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4곳 중 1곳(24.2%)은 대응책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김 교수는 "부품사들은 관세 같은 외부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구조이고, 미국과 협상할 수 있는 역량 자체도 부족하다"며 "현 상황은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산업의 체질 문제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종합적인 대화 창구를 마련하고, 수출 바우처, 보조금, 인센티브 등 관세에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경제안보전략 TF'를 중심으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1일 오전 서울 총리공관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어려움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산업을 포함해 각 산업에 대한 긴급 지원 조치를 마련하겠다"며 "민관 협력 체계를 통해 위기를 원팀으로 극복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 유관 부처와 4대 그룹 총수들이 참여한 TF를 통해 관세 대응 전략을 수립 중이다.
지방정부 차원의 대응도 시작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31일 "도내 관세 피해 중소기업에 500억원 규모의 긴급 특별경영자금을 지원하겠다"며 "경기도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관세는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천 개 벤더들이 타격을 입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